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부산-울산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위로 옅은 안개가 깔리는가 싶더니, 이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엄습해왔습니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거북이처럼 느리게 달려서 도착한 삼릉 초입...
부러진 채 늘어선 소나무들의 실루엣이 안개 속에서 휘감아돌고 있는 모습은 마치 꿈 속을 거니는 것처럼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연방 터지는 셔터소리들이 적막한 삼릉의 새벽의 깨우고 있었습니다.
안개 속에서도 뱀이 또아리를 꼬듯 독특한 형상으로 서 있는 삼릉의 소나무들
@ 경주 삼릉, 2010
내 카메라의 앵글도 그를 따라 자욱한 안개 속의 솔밭을 찍고 있습니다.
잠시 멈춰서서 솔밭의 새벽을 느끼는 남자
비늘처럼 서늘한 안개가 드러난 피부 위로 달라붙습니다.
@ 경주 삼릉, 2010
안개 속을 유영하듯 거닐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쩌면 내 사진 속의 '그'는 또다른 나의 모습일 지 모릅니다.
그 짙고 거친 안개 속에서도 뭔가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본능적으로 사진 거리를 찾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 경주 삼릉, 2010
시간이 지나도 안개는 좀처럼 걷히질 않았습니다.
삼릉에서 이렇게 자욱한 안개를 만난 것이 얼마만인지...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거북이 운행을 하면서도 삼릉인근의 소나무 숲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바로 천년의 신비로움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 경주 삼릉, 2010
삼릉의 국민포인트라 불리는 석교 앞입니다.
어느새 태양이 떴는지 붉은 기운이 동쪽하늘에 완연합니다.
너무 짙은 안개 때문에 빛내림이 언제 시작될런지,
사진사들은 다들 좋은 자리 하나씩을 맡아놓고 빛내림이 시작되길 기다립니다.
@ 경주 삼릉, 2010
오랜 기다림의 끝...
마침내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가려졌던 빛이 소나무 끝에서 부딪힙니다.
빛내림의 전조가 보입니다.
자리를 못잡은 사진사들은 허둥지둥 자리를 찾기에 바쁩니다.
@ 경주 삼릉, 2010
빛이 스며들자, 삼릉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아침의 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좋은 사진을 찍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흥분하는 맛도 색다릅니다.
@ 경주 삼릉, 2010
개인적으로 강렬한 빛내림도 좋지만,
이렇게 은근하게 곳곳에 빛을 투영해주는 장면이 더 좋습니다.
마치 비밀의 화원같은 느낌...
속살을 보고 싶은 치명적인 유혹이 숨겨져 있는 듯 합니다.
@ 경주 삼릉, 2010
잠시 다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빛내림(또는 빛갈라짐)은 이미 절정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안개에 휘감긴 삼릉의 빛내림을 찍고 있는 사진사들의 모습입니다.
좋은 풍경사진을 잘 찍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지런함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
다시 한 번 새기게 됩니다.
@ 경주 삼릉, 2010
'사람도 풍경이다'
예전에 제가 풍경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면서 드렸던 내용입니다.
화각은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장소에서 담았습니다.
사람이 있는 풍경과 없는 풍경...
@ 경주 삼릉, 2010
대박이라고 할만큼 좋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렇게 기분좋은 아침을 경주의 삼릉에서 맞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개와 빛이 있어서 좋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틈틈히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사진은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를 끈끈히 이어주는 작은 모티브같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자주 하게 됩니다.
촬영장비 : 캐논 EOS 5D + 24-70mm L f2.8
'대한민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갑산에서 담은 환상적인 함평뜰의 운해 (29) | 2010.11.12 |
---|---|
절정으로 치닫는 경주의 가을길을 걷다 (23) | 2010.11.11 |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찍은 풍경사진들 (27) | 2010.11.10 |
환상적인 빛을 만난 경주 불국사 단풍여행 (35) | 2010.11.08 |
경북 청송의 주왕산으로 떠난 단풍여행 (21) | 2010.11.07 |
신선이 나올 것 같은 청송 주산지의 가을풍경 (29) | 2010.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