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의 주왕산으로 떠난 단풍여행




주왕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무 @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이왕 머나먼 주산지까지 왔으니 잠시나마 주왕산의 가을도 둘러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밤을 새서 달려왔고, 5시간 넘도록 추위에 떨며 기다렸으니 지칠 법도 한데 한 번 달아오른 사진열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나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주산지 사과 한 꾸러미를 단 돈 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차에 싣고는 기암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주왕산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제목은 거창하게 주왕산으로 단풍여행을 떠난 것처럼 되어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주왕산 대전사 주변만 산책하듯 둘러보았습니다. 워낙 기력이 달려서 3폭포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탐방로까지도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전사 주변을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일대의 가을을 스케치하듯 사진으로만 담았습니다.
 
저는 주산지나 주왕산을 방문할 때면 꼭 사과를 사가곤 합니다.
주산지 사과 맛은 세상에서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맛있어서 한 번 먹어보신 분이라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사과가 바로 주산지 사과입니다. 주산지 일대가 비교적 일교차(12도이상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고 영양이 풍부하며 육질이 단단한 사과가 생산된다고 하는데요, 사과를 잘라보면 속에 꿀이 보인다고 해서 '꿀사과'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한참 단풍철이긴 해도 오전 9시 전후로 주차장에 들어서서 그런지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몇 년 전에 아내와 주왕산을 트래킹하기 위해 찾았을 때만 해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3폭포까지 거의 떠밀려 갔던 기억이 났는데,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내려올 무렵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물결이 줄지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역시 주왕산의 가을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주산지도 그랬지만, 주왕산도 아직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 못한 듯 색감이 수려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 날은 본격적인 산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다음주정도가 절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너무나 높고 푸르러서 붉은 색 단풍과 적절히 대비를 이루는 멋진 날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원없이 푸른 하늘과 오색으로 물드는 주왕산을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기고 싶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셔터를 남발하기보다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주왕산의 아름다운 가을을 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전사 경내에 소담스럽게 열려있는 감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함께 출사 나온 부부의 뒷모습이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주산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이쪽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가 막 대전사에 도착한 시간대에는 수많은 사진사들이 주왕산의 아름다운 가을을 담고 있었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웅장했던 대전사 경내의 은행나무는 언제 그랬는 지 모르게 은행이파리를 훌훌 털어버리고 나목이 되었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맑은 햇살이 주왕산 대전사의 경내를 어루만지듯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가을에 맞게 노란색 텐트로 마련된 국화차 무료시식대에는 여자분들이 분주하게 국화차를 끓이고 있었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물 속에 비친 주왕산 기암의 반영...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하늘을 떠다니는 그 곳에도 이미 가을이 수북히 내려앉았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수련을 키우던 항아리엔 살얼음이 살짝 얼었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투명한 햇살이 잘게잘게 부딪히는 단풍 나무 아래에서...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다정하게 계곡을 향해 올라가는 부부의 뒷모습...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으로 조용하게 산행이나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오래된 사리탑 위로도 가을이 무성하게 익어갑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채 영글지도 않은 은행잎들이 저렇게 담벼락에 무성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 어쩌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찾아와서...

돌아서면 가버리는 그런 계절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 계절입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가을은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사색하게 하며,

때론 경건함을 위안처럼 선물하기도 합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파란 하늘 아래 감이 말갛게 익어가는 계절...

기암(주왕암)이 있어 그 풍경은 더욱 새롭게 다가옵니다.

@경북 청송 주왕산 2010




국화향 그윽한 주왕산 가는 길...

@경북 청송 주왕산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