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전부터도 주산지는 사진인들로부터 사계절 각광받는 사진 포인트입니다.
새순이 돋는 봄이면 신록과 함께 물안개, 반영 등을 담을 수 있으며, 여름이면 창궐한 자연의 아름다운 기운을 찍을 수 있고,
가을이면 눈부신 단풍색과 물안개, 쏟아지는 빛을 찍을 수 있으며, 겨울이면 흰눈에 쌓인 그리고 얼어붙은 주산지의 색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몽골이나 히말라야, 인도의 레 등지에서 바라보던 그 아름답던 밤하늘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희안할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여명이 트고 나서 마침내 윤곽을 드러낸 주산지의 모습.
생각보다 단풍색이 못한 것을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단풍이 더디게 찾아오나 봅니다.
아마도 다음 주중이면 절정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산지의 단풍색은 어느 곳보다도 수려한 색을 자랑합니다.
반영과 함께 담으면 그 아름다움이 극에 달해서 누구나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답니다.
오랜 세월동안 물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왕버들나무.
생명의 신비로움을 이곳에서도 느낍니다.
해가 뜨기를 기다리면서 이래저래 앵글을 달리해서 주산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일출시간이 6시 48분이었는데, 산 중에 위치한 주산지는 1시간 정도 늦게 해가 뜨기 때문에 기다려야 합니다.
왕버들나무를 기준으로 별 궤적을 찍기 위해 새벽부터 물에 들어가서 꼼짝도 않는 손따다닥님.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그의 열정은 언제나 이렇게 뜨겁습니다.
벌써 몇 시간째 저렇게 물속에 서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꽤나 추웠을 겁니다.
아직 색이 강렬하지 않다보니, 일출 전의 주산지는 왠지 후줄근한 느낌입니다.
몇 시간동안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온 몸을 휘감는 낯선 추위 때문에 꽤나 발을 동동거렸습니다.
드디어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잠시 머물 이 빛을 기다리기 위해 잠까지 설쳐가며 그 긴 시간동안 다들 미동도 없이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멀거리며 주산지 물 위를 꿈틀대는 물안개가 비로소 생명을 얻는 순간입니다.
물안개 위로 와닿는 빛의 작은 입자들이 너무 곱습니다.
다행히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나 봅니다.
잠까지 설쳐가며 먼 길을 달려왔는데, 헛탕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아쉬운 화각이나마, 쏟아지는 빛들을 담기 위해 정신없이 렌즈들을 갈아끼웁니다.
이런 장면들을 대할 때면 선계(仙界)가 바로 이곳이지 않나 하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나무 잎사귀에 부딪혀 갈라지는 빛과 빛을 받아 꿈틀대는 물안개...
흥건한 빛의 잔치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시(詩) 한 수 읊고 싶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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