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가을에 다녀온 경주단풍여행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는 곳이 '경주'입니다.
 
부산에서 가깝다는 것이 경주를 자주 찾게 되는 주된 이유겠지만, 실제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경주의 매력은 갈때마다 늘 새로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찾아가야 할 1순위 방문지가 되었습니다. 단풍이 제대로 익으려면 약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어김없이 경주를 찾았습니다. 웹서핑 중에 시선을 끌었던 도리마을의 은행나무 숲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고, 지인이 침을 튀기며 추천하던 '대게장순두부'라는 독특한 음식도 아내와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의 경주는 몰려드는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톨게이트부터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청도 운문사에서 눈부신 가을의 운치를 이미 체험했기에 조급함은 덜 했지만, 차량은 그야말로 거북이 운행을 거듭했습니다.
어느새 붉은 옷을 갈아입은 가로수들이 요염함을 뽐내고 있었고, 추수를 마친 누런 들녘은 시나브로 다가온 가을향연에 분주합니다.
단정한 바람이 열린 차창으로 들어와 졸린 눈꺼풀을 뜨끔하게 부비고 달아납니다.
 
가을, 어떻게 보면 참 특별한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춥고 헐벗은 겨울을 맞기 전에, 버티고 있던 녹색의 삶을 안김힘을 써가며 털어내고 절정으로 치닫는 아름다운 단풍은 어쩌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내 삶이 그토록 푸르렀을까에 대한 반성부터, 그토록 붉게 빛날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비록 짧지만 치열한 단풍의 일생이야말로 진정한 열정의 모티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을 즐겨찍는 이유는, 그런 자연으로부터 부끄러워해야 할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고 보다 확고한 내일을 맞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생의 짧은 순간이나마 저토록 붉게 피어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낼 수 있기를 잠시나마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청춘의 날이 지난 뒤, 지치고 피곤한 회한이 온 몸을 감쌀 무렵에는 아무리 땅을 치고 후회해봐도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테니까요.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우게 합니다. 그래서, 여행은 삶의 스승과도 같습니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익어가는 그곳에서 생각을 뱉어내고 채워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설익은 생각들이 비워지면, 푸른 가을하늘만큼이나 높은 의미가 가득 채워지기를 기대하면서...




@ 경주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에서

기대하지 않고 찾아간 도리마을의 은행나무는 역시, 익지 않은채 다가올 무성한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경주 서면 도리마을
추수에 여념이 없는 농민들...

그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멀리서 담았습니다.



@ 경주 서면 도리마을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무성하게 익은 은행나무 숲이 전개될 듯 합니다.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경주에서 가장 가을을 느끼기 좋은 곳을 꼽으라면 저는 경북 산림환경연구소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인공적인 조경의 흔적이 구석구석 스며든 게 사실이지만, 가을의 운치를 느끼기엔 경주에서 이보다 좋은 곳도 없을 듯 합니다.
요즘은 이곳도 워낙 많이 알려져서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는 주차할 공간도 나오지 않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단풍명소가 되긴 했지만, 선선한 아침무렵에는 그야말로 한적함을 안고 산책하며 단풍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아내가 뒷모습 모델을 담당했습니다.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젊은 연인들...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회상에 잠깁니다.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


@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경주 남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