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으로 다녀온 부산 기장 장안사






어스름이 여전히 도시를 덮고 있는 새벽시간, 문득 아침이 그리워 바다로 달려갔다.
짙게 깔린 구름과 거세게 치는 파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커피 한 잔으로 애써 얼어붙은 가슴을 데웠다.
문득, 가을이 보고 싶어졌다.
저 산 너머 어디쯤엔가 머물 가을, 드디지만 시나브로 찾아오고 있는 가을빛이 그리워졌다. 소년같은 치기로 가을이 무성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내 소심함이 마음의 발목을 잡는다.
 
너무 이른 가을에 찾은 장안사는 낮은 햇살을 머금은 불광산 기슭에 다소곳이 웅크려 있었다.
독경소리도, 바람소리도, 가을이 오는 풍경도 없는 그 휑한 뜨락의 우물가에서 시원한게 물 한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익숙한 듯 대웅전 앞으로 다가간다. 지난 여름, 산신각 뒤쪽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들이 마치 거짓말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느슨하게 보였던 세월의 흐름이 순식간에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대웅전 안을 기웃거리다 부처님 목전에 가볍게 머리를 조아리고, 근처의 대밭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밭의 공기를 투명하고 개운했다. 비록, 하늘을 덮은 두툼한 잎사귀들 때문에 대밭으로 난 좁은 길은 어둡고 음습했지만 슬쩍 스쳐가는 낯익은 바람이 신선함을 유발시킨다.  요즘은 게걸스럽게 사진을 찍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바람결을 느끼고,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여유를 갖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기록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예술이라고 말하기엔 더더욱 부끄럽지만 그나마 마음을 스치는 생각들을 끄집어 사진이라는 형상으로 엮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찾는다.
 
가벼운 아침산책은 그래서 행복한가 보다.
밤새 내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고뇌의 때를 벗겨내는 가벼운 수행같은 아침산책이라서 더욱 그렇다.
비록 틀과 형식에 매인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은 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 부산 기장 장안사


ⓒ 부산 기장 장안사


ⓒ 부산 기장 장안사


ⓒ 부산 기장 장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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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 장안사


ⓒ 부산 기장 장안사


ⓒ 부산 기장 장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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