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재발견, 해운대를 걷다






실로 백만년만에 해운대 바닷가엘 다녀왔습니다.
해운대에 살면서도 사람들로 들끓는 번잡한 해운대 해수욕장은 싫어서 그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는데, 화려한 축제가 끝난 해운대 바닷가는 가을날의 고즈넉함을 간직한 평범한 해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수은주가 급강하한 날씨 탓인지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걷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쾌적했습니다.
 
제주의 올레길을 기점으로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걷기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요, 해운대구에서도 얼마전에 '삼포가는 길'이라는 트래킹 코스를 개발해서 해운대의 미포-청사포-송정의 구덕포를 잇게 했습니다. 달맞이 고개와 접한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파도소리를 들으며 솔밭을 걷는 산책로는 호젓할 뿐만 아니라 문텐로드까지는 저녁이면 은근한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저녁산책도 가능해서 한껏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길입니다. 이 길은 우리집 강아지들과 함께 걷는 가장 기본적인 산책길이기 때문에 예전에 몇 번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걸은 코스는 해운대 신시가지를 출발하여 청사포를 들머리로 문텐로드(달맞이고개 산책로)-미포-해운대 해수욕장-동백섬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였습니다. 거리는 대략 10km남짓, 일정한 속도로 걷게 되면 2시간반정도 소요된다던데 중간중간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거나 족욕을 하는 등의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도 3시간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걷게 된 해운대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먼저 여름이면 바다파출소가 되는 여행안내소 옆에는 새로이 해수 족욕탕이 생겨서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게 했는데요, 유명한 해운대 온천의 천연 온천물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랬습니다. 실제로 족욕을 한 뒤에 걸어보니 개운한 느낌 때문에 피로가 싹 풀릴 정도였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조선비치호텔과 접해있는 해안산책로도 꽤 분위기있는 길이었습니다. 물론, 몇 번이나 걸어보긴 했지만, 작정하고 나선 길이라서 그 느낌은 사뭇 달랐습니다.
 
해운대와 달맞이고개를 잇는 짧은 트래킹 코스는 분명 남다른 뭔가가 있습니다. 관광지와 도심, 바다와 파도소리,그윽한 솔향과 짙은 갯내음, 오륙도와 등대, 갈매기와 철길 등 다양한 소재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에서의 걷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코스였습니다. 세상의 많은 곳을 떠돌았고, 세상의 많은 곳을 걸어봤지만,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걷기코스도 드물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해운대를 한 번 걸어보세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해운대를 만나실 겁니다.



▲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산의 가을은 더디게 찾아옵니다.

▲ 미포를 거쳐 해운대 백사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는 부산갈매기들...

녀석들도 해바라기를 하며 따뜻한 햇살을 몸 가득 담아냅니다.



▲ 부산 갈매기와 유람선...

해운대를 연상시키는 고정된 이미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 해변에서 조깅하는 사람


▲ 달맞이고개와 미포해변이 보이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일상적인 모습들...

▲ 오륙도를 배경으로 연인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동백섬 해안산책로

바닷바람을 머금은 해송들의 늘어진 가지와 그 곁은 스쳐가는 연인들의 모습.



▲ 누리마루가 한 눈에 보이는, 등대가 있는 동백섬의 끝자락 


▲ 동백섬이 빨간 석양빛에 물들 즈음에 그림자끼리만 기념샷을 남깁니다.
 따뜻한 빛이 참 곱게 부딪히는 저녁입니다.


▲ 3시 40분쯤 출발했으니 1시간 약간 더 걸린 것 같습니다.

비록 날씨는 추웠지만 하늘과 바다빛의 너무 좋은 날이어서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고, 유쾌한 길동무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 누리마루에 살고 있는 토끼

누군가 기르던 애완토끼를 이곳에 방문해 놓았는지, 사람을 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녀석입니다.

누리마루 주차장 인근의 잔디밭에서 쉼없이 풀을 뜯고 있던 토끼는,

놀란 순돌이(우리집 강아지)의 짖음에 잠시 움찔댈 정도였습니다.



▲ 가을은 남자의 계절...

홀로 서 있는 남자에게서 짙은 고독이 묻어납니다.



▲ 족욕을 즐기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다리...
수온이 40도가 넘기 때문에 처음 입수를 하게 되면 뜨끔거릴정도입니다.
 

▲ 해운대 온천은 인근의 동래온천과 함께 부산의 2대 온천입니다.

수질은 무색투명한 알칼리성 단순식염천으로 라듐성분이 약간 포함되어 있어서 부인병,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걷고 난 다음 즐기는 족욕은 그야말로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오륙도를 배경으로 서 있는 두 남자의 실루엣...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고독에 몸부림치는 남자들(?)이 많이 보이는지...



▲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


▲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부산의 1순위 관광명소, 해운대...


▲ 일본 여자여행자들도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어 해운대의 저녁을 담고 있습니다.


▲ 은근한 저녁빛이 물드는 해운대의 스카이라인과 해변의 갈매기들... 

▲ 영화 '해운대'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미포 철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