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가 있는 국사봉에서 바라본 운해





아주 오랜만에 옥정호로 떠난 사진여행이었다.
만만치 않은 거리라는 그 작은 이유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몇 번이나 망설이기를 거듭하며 강행했던 옥정호행이었다. 4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달려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하고 간 적도 있었으니 그런 망설임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했다. 일기예보와 기상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길을 나서지만, 우리가 제법 과학적이라고 판단했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연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어야 했던 날이 더 많았으니...  
 
출발은 언제나 '대박'에 대한 기대로 살짝 부풀어 있다. 
마음맞는 길동무들과 함께 하는 출사여행은 부푼 기대만으로도 즐겁다. 
새벽길을 달리며 나누게 되는 수다, 함께 듣는 음악, 따뜻하게 파고드는 새벽 커피, 그리고 가끔씩 앞을 가로막는 기분좋은 안개가 기대를 더욱 부풀리게 하지만 일찌감치 사진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게 낫다. 날씨가 기대에 못미쳐 좋은 사진을 찍지 못하더라도 결코 마음에 새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출사지에 가보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다투는 사람들을 보게되는데, 따지고 보면 이 역시 '대박'에 대한 기대와 어긋난 사진욕심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까 한다. 새벽부터 악다구니를 써가며 싸우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그러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에게서 측은지심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흔히들, 사진을 마이너스의 미학이라고 한다.
한 프레임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을 집어넣다 보면 내용이 산만해져서 정작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주제는 사라지고 만다. 가장 단순한 오브제야 말로 가장 탁월한 효과를 제공하는 법이다. 우리네 인생도 이런 논리속에 적용시키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라는 프레임 속에 복잡하게 얽힌 욕심덩어리만 덕지덕지 붙이지 말자는 개똥같은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비록 눈에 띄게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옥정호에서의 아침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비록 짙은 헤이즈층으로 인해 태양은  나중에야 겨우 볼 수 있었지만 산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지나는 운해로 인해 아름다운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까짓 꺼, 사진 좀 못찍으면 어떤가.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사진을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까르페 디엠(Carpe Diem)~!



















전북 임실과 정읍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봄,가을처럼 일교차가 큰 계절이면 자욱하게 피어나는 운해와
국사봉쪽에서 볼 수 있는 일출을 찍기 위해서 전국의 수많은 사진사들이 즐겨찾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