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차방차방 익어가는 밀양의 위양못









오랜만에 밀양의 위양못을 찾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풍요로운 들판을 지나 낯익은 그곳에 내리자 차가운 가을바람이 선뜻 나를 반겼다.
인적 하나 없는 그곳엔 물안개만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몇 해동안 가물어서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앙상해 보였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못에 물이 가득하다. 하긴 올해는 어느 연못에나 물이 많다고 하니, 가을 가뭄 때문에 몇 해동안 찾지 못한 주산지의 빛나는 가을풍경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랜다.   
 
위양못, 또는 위양지라 부르는 이곳은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5월에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완재정 주변의 이팝나무에 흰쌀밥처럼 하얀 꽃이 피고 주변의 푸른 버드나무와 어우러져 수면 위에 또다른 풍경을 그려내면 마치 동양화 속의 선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완재정은 못 가운데 세워진 작은 정자. 
안동권씨 후손들이 1900년에 세웠다는 완재정은 위양못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완재정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풍경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흙으로 덮혀있는 166m밖에 되지 않는 위양못의 작은 둘레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완재정과 위양못의 오붓함을 즐기는 맛은 일품이다.
 
가을의 위양못은 한적해서 좋다.
적당히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왠지 모르게 쇠락한 느낌을 주는 완재정도 그렇지만, 바람이 서걱일 때마다 떨어지는 낙엽들이 작은 둘레길을 뒹굴고 있어서 가을느낌을 온전히 전한다.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리고, 익은 나락들이 고개를 떨꾼 황금빛 들녘이 손바닥만큼 모습을 드러내는 그곳의 낯익은 가을풍경이 정겹다. 어쩌면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걸을때마다 추억의 그림자가 잔뜩 묻어난다.   
 
 
위양못 가는 길 =>(클릭) 반영이 아름다운 밀양 위양지





▲ 위양지의 반영 

▲ 완재정 주변으로 하얀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낚시터가 새롭게 꾸며져 있다.


▲ 산에 가려 늦게 나온 아침햇살이 어느새 위양못에 수북하게 깔렸다



▲ 이 날 가지고 간 렌즈가 17-40mm와 50mm f1.8이 전부.
렌즈의 특성을 살려 완재정과 위양못을 표현했다.



▲ 봄에 이곳을 찾게 되면 누렇게 벼이삭으로 익어가는 저 들녘은 온통 푸른 청보리로 덮혀있다.

▲ 역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강아지풀...
이런 느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