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 한 해운대 달맞이고개 산책





피부에 와닿는 바람결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늦은 저녁, 순돌이에게 끈을 채우고 잠시라도 가을을 느끼기 위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달맞이 고개 아래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삼포가는 길'(문텐로드)이라고도 불리는, 호젓한 솔밭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걸으며 조금이라도 가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걷는 재미가 남다른 길입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소나무를 타고 흐르는 바람과 바람이 일렁일 때 마다 그윽하게 풍기는 솔향내,
해안선을 따라 난 기찻길로 경적을 울리며 기차가 달리기도 하고,
청사포의 두 등대가 기분좋게 나타났다 사라지는가 하면,
날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는 대마도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쉼터가 되어주는 정자와 벤치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거기다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명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낭만을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문텐로드의 끝자락에는 어울림마당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주말이면 작은 음악회도 열리는 등, 사색과 낭만을 찾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그런 산책길을 순돌이와 걷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래와 함께 걸었던 이 길을 이제는 순돌이와 단 둘이서 걷습니다.
순돌이가 없었다면 다래가 떠나간 허전한 빈자리가 너무 커서, 아마도 한동안 이 길을 오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순돌이가 곁에 있어서 마음을 빨리 추스리지 않았나 생각하니, 작은 녀석의 존재가 새삼 고맙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보면, 세상은 고마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이 작은 오솔길을 호젓하게 걷는 기쁨도 그렇고, 곁에 순돌이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불어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곁에 있기 때문에,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존재의 고마움을 잊고 지내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 순돌이를 보고 움찔하며 잔뜩 긴장한 길냥이의 눈빛

▲ 비열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는 순돌이...

"고양이는 갔거든..."



▲ 어울림마당 쪽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꽤나 관심을 보입니다.

▲ 정신없이 산만한 이 녀석의 눈빛이 갑자기 심각해집니다.

움직임은 둔해지고, 어딘론가 바라보는 눈빛은 그윽합니다.

설마 가을을 느끼는 건 아니겠죠?

 

가을은 남자의 계절...?

아니, 숫캐의 계절...?



▲ '삼포가는 길'에 놓인 표지판

삼포는 해운대의 미포, 청사포, 송정의 구덕포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해운대의 미포에서 시작된 산책길은, 청사포를 지나 구덕포까지 이르는 해안산책로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길은 비교적 평탄해서 걷기 수월한데다

꽤 아름다운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요즘 부쩍 많은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



▲ 청사포의 두 등대

▲ 산책길을 따라, 앞서 걷던 녀석이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돌아봅니다.

▲ 삼포가는 길(문텐로드) 입구엔 솟대가 세워진 표지판과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우뚝 서 있습니다.

▲ 일몰이 지나면 산책로는 이렇게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낭만적인 저녁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가을은 숫캐의 계절이 맞나 봅니다.

여자분이 지나가자, 부쩍 관심을 가지는 순돌이...



▲ 조명 앞에 선 순돌이가 또 뒤를 슬쩍 돌아보며 내 존재를 확인합니다.

( x꼬는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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