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가을여행을 위한 단풍사진 잘 찍는 법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성큼 들어섰는지,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 속엔 가을냄새가 잔뜩 배여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가을을 알리는 꽃무릇도 지고, 새벽이면 기온차로 인해 안개가 자욱하는 피는 것을 보면 가을을 수놓을 아름다운 단풍시기가 머잖았음을 알리는 듯 합니다.
 
기상청은 단풍이 예년보다 1주일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설악산이 10월 20일, 내장산이 11월 6일쯤으로 예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신, 일조량이 많은데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단풍의 색깔은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하니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지난 몇 년동안의 단풍은 비가 많이 와서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단풍철이면 색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 채 말라비틀어진 단풍을 곧잘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단풍지도와  단풍의 절정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단풍은 산 전체 중 20%정도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절정기 때는 80%정도의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기상청 홈피참고)





카메라를 들고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단풍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실 텐데요, 오늘은 '풍경사진 잘 찍는 법' 그 여덟번 째 포스팅으로 '가을 단풍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서 제가 지금까지 쌓아놓았던 어설픈 노하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알룩달록한 색감으로 화려하게 물들 가을산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단풍사진에서의 시기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첫번째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시기가
빨라도 안되지만 늦어도 안되기에 적절한 적절한 시기를 맞추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즘은 다양한 사진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적정시기를 확인할 수 있고, 이미 다녀오신 분들에게 조언까지 구할 수 있으므로 언제든지 수시로 점검하는 버릇을 가져야 합니다. 멋진 풍경사진을 찍기 위한 필수요건은 무엇보다 '부지런함'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염두에 두십시오.
 
다행히 단풍사진은 여타 다른 풍경사진과는 달라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만 잘 맞추면 어떻게든 촬영이 가능합니다.
빛이 좋으면 빛이 좋은데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데로, 흐리면 흐린데로, 안개가 끼면 안개가 끼는데로 그 나름의 장점을 살려서 촬영을 할 수 있으니 굳이 날씨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도, 햇살이 무성하게 들어오는 그런 화창한 날이 촬영하기엔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시간상으로는 아침과 오전무렵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사람들도 많지 않은데다 빛도 비스듬하게 스며들기 때문에 단풍촬영에는 가장 용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아래에 설명될 단풍사진을 잘 찍기 위한 몇 가지 요령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최적의 시기'와 '장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철에 아름다운 단풍을 촬영하는 것은 그 어떤 사진기술보다도 우위에 있으니까요.
단풍이 채 피기도 전에 방문을 한다든가, 아니면 너무 늦은 시기에 방문하게 되면 나오는 건 한 숨밖에 없을 겁니다.
 
위에 첨부한 단풍지도도 적절한 시기를 맞추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조하십시오.


▲ 주산지 


▲ 백양사의 단풍과 반영 

▲ 담양 메타쉐콰이어에서 만난 6~80년대 교복을 입은 TV아침드라마 연기자들






사실, 단풍사진이라고 해서 다른 풍경사진의 기법과 크게 다른 건 없습니다.
빛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빛을 이용해서 촬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사진가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무조건 예쁘다고 막샷을 날리기 보다는, 어떤 빛이 그 상황의 단풍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지 고민해야 합니다. 
 
순광은 색재현력이 뛰어나서 단풍의 붉고 노란 색감을 잘 표현할 뿐만 아니라 질감표현도 용이합니다.
만약 가을의 파란하늘 표현에도 이상적이기 때문에 파란 하늘아래 붉은 색감의 단풍을 표현하기에 적절합니다.
하지만, 평면적이고 밋밋한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역광으로 찍게 되면 빛을 받아 빛나는 단풍잎들을 반투명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사진 자체가 극적인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반면에 하늘 등 밝은 부분의 하일라이트가 날아갈 수 있는 등 적정노출을 잡는 게 어렵습니다.
만약 단풍의 풍부한 입체감을 살리고 싶다면 사광이 좋습니다. 사광은 깊이있는 푸른하늘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빛이 존재하고, 각 빛은 그 나름의 장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선택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시면 됩니다.
(빛에 대한 부분은
빛 이해하기 부분을 클릭하십시오)
 
흐린 날이라고 해서 아쉬울 할 필요는 없습니다.
흐린 날에는 구름에 부딪힌 직사광선이 골고루 확산되는데요, 이런 빛을 산란광, 또는 확산광이라고 부릅니다.
컨트라스트(대비)가 줄어든 산란광을 부드러운 빛으로 정의를 내리기도 하는데요, 비록 명도는 떨어지지만 채도는 살아나기 때문에 단풍이 가진 원색적인 붉고 노란은 색감을 제대로 살린 단풍잎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단 구름이 너무 짙으면 채도도 급격히 떨어지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비 내리는 날은 어떨까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데로 촉촉한 가을비에 휘감긴 단풍을 분위기 있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보다 감성적인 사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빛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사진을 찍는 건 아닙니다.


▲ 순광 - 색재현력이 뛰어나 색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 사광 - 하늘을 파랗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역광 - 사진에서 극적인 요소들이 증가합니다.





빛에 대한 부분을 좀 더 보강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단풍잎을 찍을 때는 역광의 상황에서 스팟측광으로 촬영하는 게 좋습니다.
역광에 대한 부분은 위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빛나는 단풍잎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맞은 편에서 쏟아지는 빛(역광)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빛을 받아 빛나는 단풍을 주위 배경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망원(또는 단렌즈)렌즈를 활용해서 심도를 얕게 해야 합니다.
즉, 조리개를 개방해서 촬영하게 되면 배경은 흐려지고 주피사체인 단풍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스팟측광을 활용하지 않으면 단풍이 새카맣게 표현되거나 과도한 빛의 유입으로 인해 노출오버되는 부분도 나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역광 상황에서는 스팟측광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게 좋습니다. 
카메라 파인더의 중앙부분을 보시면 작은 원이 있고 또 그 안에 작은 점이 있는데요, 스팟측광은 이 점만큼만 빛을 측량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스팟측광은 이처럼 노출을 결정할 때 어느 특정지점(spot)에 맞춰서 적정노출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피사체의 색감이나 디테일을 살리는데 적합합니다. 
 
스팟측광으로 빛나는 단풍잎에 적정노출을 측정해서 촬영하면, 색은 물론이고 단풍잎의 디테일까지 확연히 살아남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단풍잎보다 어두웠던 주변부는 더욱 어둡게 될테니 단풍잎과 주변부분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것이고, 위에서 언급했던 심도를 얕게 해서 촬영하게 되면 더욱 극적인 단풍잎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역광의 상황이다 보니 노출언더가 될 수 있으니 노출값도 상황에 맞게 1~1.5스텝 정도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오류는 지나치게 멋지고 장엄한 풍경 자체에만 올인한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는 그런 사진들이 선뜻 눈길을 끌게 할 지 모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걷잡을 수 없는 허전함과 아쉬움이 이내 묻어납니다. 우리가 흔히 '달력사진'이라고 불리는 풍경사진들은 가슴을 울리는 따뜻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단풍사진도 마찬가집니다.
사람의 모습을 배제하고 화려함에만 치중한 탓에 사진은 그저 차가운 시멘트 바닥처럼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풍사진 속에 사람이 들어가면 그 느낌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 속엔 사람들이 내뿜는 온기가 있고 삶이 있으며 표정이 살아숨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사진에서의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사연이 바로 사진 속에 그대로 표출되고, 그게 곧 단풍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론 사람이 거대한 가을풍경속으로 스며들어가,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있는 단풍사진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단풍사진을 담아보십시오.
그 속엔 아름다운 인연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법 중의 하나가 바로 '대비(Contrast)'입니다.
두 가지 또는 몇 가지의 상반되는 것들을 배열한 사진을 대비사진이라고 하는데요, 명암의 대비, 색감의 대비, 크기의 대비, 속도의 대비, 노소의 대비 등 다양하게 응용되는 기법입니다. 아무래도 단풍사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할 대비는 명암이나 색감의 대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대비를 염두에 둔 촬영은 사전에 치밀하게 관찰해서 분석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초보사진가들은 단지 단풍이 주는 현상적인 아름다움에 취해 막샷을 날리게 되는데요, 샷을 날리기 전에 냉정하게 고민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은 사진을 찍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대비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파란 하늘 아래에 붉게 물든 단풍을 찍는다면 그게 바로 파란색 vs 붉은색으로 구분되는 색감의 대비입니다.
흐린 날, 한 줌 빛이 일정부분만 비춘다면 이는 밝음 vs 어두움으로 나뉠 수 있는 명암의 대비입니다.
이런 색감과 명암대비를 통해서 찍은 사진은 극적이면서도 풍부한 현장감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동적인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셔터스피드를 느린 셔터(장노출)을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고속셔터로 흐르는 물을 찍게 되면 극적인 부분이 결여된 평범한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저속셔터는 셔터가 닫힌 뒤 열리는 시간까지의 흐름을 동적이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많은 사진가들이 즐겨찍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이는 계류 주변의 단풍나무, 또는 떨어진 단풍잎을 찍을 때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계류 위로 떨어진 단풍잎들이 흘러가다가 소용돌이 치는 곳에 이르게 되면 한없이 돌아가게 되는데요, 이때 장노출로 이것들을 찍게 되면 단풍잎들은 마치 모션블러처럼 뭉개진 채 궤적을 만듭니다. 
떨어진 가을 단풍이 주는 안타까움과 함께 안타까운 시간의 흐름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셈이 됩니다.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삼각대는 필수입니다.
거기다 낮에 찍을 경우 빛의 유입을 줄여주는 ND필터와 릴리즈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리개는 다른 풍경사진을 찍을 때처럼 조여주는 게 좋습니다.









물로써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은 비단 장노출 뿐만 아니라 반영도 포함됩니다.
물론 장소에 따라 한정되기는 하지만, 물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반영사진입니다.
흐르는 물에 비친 단풍의 반영은 마치 유화처럼 아련해서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저수지처럼 고인 물에 비친 반영은 마치 거울처럼 깨끗해서 비쳐서 데칼코마니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물론 고인 물에 비친 반영이 조금 심심하기도 하지만, 보다 동적인 사진을 찍고 싶다면 돌을 던져 작은 파문을 만드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물에 비친 두 개의 이미지(실제 이미지와 반영된 이미지)를 동시에 담기도 하지만, 반영된 이미지만 따로 담아서 90도 회전시켜도 그림같은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