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댓가를 치르고 찍은 부산야경사진 두 장







  

저녁이 되어서야 하루종일 부산시내를 덮고 있던 구름이 시나브로 물러가고 파란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해가 지는 서쪽하늘의 구름층은 아주 옅어져서 잘만 하면 멋진 일몰을 담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환상적인 일몰이 아니라도 이런 날은 매직아워 때의 하늘색이 아주 예쁜데다가, 비교적 헤이즈의 영향을 덜받는 가까운 거리의 야경촬영도 꽤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파도가 좋으면 해운대 '미포'쪽으로 달렸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태풍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바다는 비교적 잔잔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해운대 누리마루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해가 지는 서쪽 하늘 밑으로 짙은 구름층이 형성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일몰은 피어나지도 못한 채 어두워져 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예상했던 대로 매직아워가 되면서 하늘색은 더욱 짙푸르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간헐적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오랜만에 이곳에서 찍는 야경은 기분좋은 추억 속으로 우리를 젖어들게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늘 비슷한 구도와 형태로 찍는 이곳의 야경인 탓에 색다른 시도를 한 번 하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순간이었습니다.

자갈 위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삼각대가 잠시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위 위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카메라의 렌즈부분부터 바위에 떨어졌으니 사단이 나도 제법 큰 사단이 났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카메라부터 들어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절하게 부셔진 필터의 유리잔해가 바위 위에 흩어져 있었고, 필터의 링부분은 충격으로 인해 렌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렌즈부분은 말짱했습니다.

그야말로 십년감수한 느낌이지만, 찝찝함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깟 필터 하나에 뭐 그렇게 애닳아 하느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슈나이더 B+W UV필터는 조금 비싼 편에 속합니다.ㅠㅠ

허접한 유리쪼가리 하나에 8만원이면 비싸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게 따지면 카메라 액세사리 중에 비싸지 않은 게 어딨겠습니까마는...

잠시의 부주의로 인해 생긴 일이기에 아쉬움은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는 것같습니다.

 

어제 찍은 단 두 장의 야경사진이 결국 8만원어치의 비싼 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꽤나 비싼 값을 치룬 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기 외국여행 중에 그런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과 카메라나 렌즈의 파손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하긴, 어떤 사진가는 일출사진 찍기 위해 바닷가로 왔다가 새로 구매한 카메라를 쏠라당 바다에 수장시키신 분도 계시고, 나같은 낙하사고로 인해 렌즈뿐만 아니라 카메라까지 부분 또는 완전파손되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제 손실은 아주 경미한 축에 속할 겁니다.

 

인간의 일은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라고 했으니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