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오래남는 일몰사진 찍는 법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폭염도,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을 보니 그 기세가 한 풀 꺽인 모양입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들끓던 해운대 해수욕장도 어느새 텅 비어가는 것을 보면 계절의 추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렇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면 뜻밖에도 아름다운 낙조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는데요,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면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에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 무렵의 해넘이 시간은 저녁 7시 전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빡빡한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에 쫓겨 빛과 색이 제대로 살아나는 아침 또는 저녁시간대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분들에겐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빛의 남은 여운으로 인해 구름이 붉게 채색되는 그 장엄한 낙조의 순간을 마주한다면 내내 떨쳐버릴 수 없는 흥분으로 인해 기분좋은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일출사진도 그렇지만 일몰사진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생각만큼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풍
경사진 잘 찍는 법'시리즈, 그 여섯번째 주제로 일몰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며 연구해왔던 짧은 지식들을 한 번 털어놓고자 합니다.



1. 일몰의 특징


먼저 일몰의 특징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몰은 일출의 특징과 거의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숙지하는 게 좋습니다.
 

(1) 일몰 전후 30분 내에는 태양의 긴 그림자로 인해 암부와 명부가 확연한 대비를 이루게 되는데, 이때 피사체의 질감이 강조되어 인상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2) 저녁시간대에는 빛이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대기권의 길이가 길어져서 스펙트럼 가운데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대기 중에 흩어져 버리지만 비교적 파장이 긴 빨간색,노랑색,오렌지 등이 비추기 때문에 하늘은 붉은 색을 띄게 됩니다. 이 때 비추는 붉은 색 계통의 자연광이 멋진 풍경사진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3) 일몰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 중에서도 태풍 직전이나 직후, 또는 새털구름이 고르게 하늘에 펼쳐진 날이나 적난운이 많은 초가을날에는 일몰 후 10-30분까지 장관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4) 일몰은 일출보다는 상황을 미리 봐가며 판단할 수 있으므로 비교적 일출보다는 찍기 편한 편입니다.

 

 


2. 날씨와 방위각 등을 미리 확인하자 



대부분의 풍경사진이 그렇듯이 기상여건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촬영계획이 잡혀있다면 수시로 하늘을 쳐다보며 상황을 주시하고 인터넷의 날씨사이트나 스마트폰의 날씨 어플에서 일기도와 풍향 등도 매시간마다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서쪽 하늘가에 짙은 헤이즈나 구름이 걸려있다면 그 날의 일몰은 백이면 백, 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쪽 하늘 밑이 열려있어서 붉은 색의 여운이 구름을 멋지게 물들여야 그 날은 일몰에서 대박을 치는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름 상황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단순히 육안으로 상태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일기도나 풍향 등을 통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같은 장소라고 할 지라도 일몰이 지는 각도(일몰 방위각)가 매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나침반 등을 통해 위치와 방향을 확인하고 구도를 잡는 게 좋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어플 등을 통해서 일출/몰 시간 뿐만 아니라 일출/몰 방위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예전처럼 번거럽게 나침반과 그 날의 일출/몰 각도표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더군요.

 






 
3. 촬영지에 일찍 도착해서 짜임새 있는 부제를 구성하자
 
설마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태양만 덩그러니 찍는 분은 계시진 않겠죠? 
그런 사진을 찍길 원하신다면 이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물론 태양 속으로 비행기나 새가 지나갈 때 초망원렌즈를 이용해서 촬영을 하는 사진가들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양의 상태는 헤이즈나 옅은 구름 등으로 인해 태양광의 세기가 많이 수그러들었을 때 촬영해야 태양의 빛과 색의 디테일이 살아나고 피사체인 비행기나 새가 실루엣도 제대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지고 있는 붉은 태양이 주제라면, 비행기나 새같은 피사체는 부제가 되는 셈입니다. 
만약 비행기나 새같은 피사체가 없이 덩그러니 태양만 찍는다면 사진은 심심해질 뿐 아니라 존재가치를 잃게 됩니다.
 
이렇듯 일몰시간보다 1시간~30분전에 촬영지에 도착해서  일몰각도 등을 미리 파악한 다음, 전경과 중경에 부제를 넣어서 짜임새 있게 화면을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구도는 촬영자의 예술적 감각에 따라 구분된다지만, 전경, 중경, 원경 등의 구도로 적절하게 넣어서 촬영하게 되면 무난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상황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4. 어떤 렌즈로 촬영할 것인가?
 
사실 이런 물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습니다.
렌즈 선택은 그때그때의 현장상황과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되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름에 물든 빨간 노을 등 전체적인 일몰이나 광활한 하늘 느낌을 표현할 때에는 당연히 광각렌즈가 효과적이겠지만, 주변의 작은 사물들을 소재를 촬영할 경우 당연히 망원렌즈가 효과적입니다. 렌즈는 광각부터 망원렌즈(적어도 200mm이상)까지 다양한 화각대의 렌즈를 가지고 있어야 상황에 맞는 장면을 찍으면 됩니다.
 
단, 일몰촬영은 주로 빛의 위치가 역광이기 때문에 극심한 플레어 현상에 시달릴 수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플레어 억제력이 뛰어난 렌즈라고 할 지라도, 역광 앞에서 생기는 플레어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플레어 억제력이 좋은 렌즈(비쌉니다)를 사용하고 렌즈앞에 끼우는 UV필터를 제거해서 촬영한다면 어느정도 이중반사는 막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또 망원으로 비교적 앞에 있는 사람 등의 피사체를 역광으로 촬영할 경우에는, 주변부가 노출오버로 인해 화이트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측거를 주변부의 중간색 지점에 맞춘 다음 고정한 뒤,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5. 노출차이를 극복하자.
 
이것은 '풍경사진 잘 찍는 법' 그 첫번째 시간에도 언급해놓았지만, 노출차이의 극복 여하에 따라 좋은 풍경사진이냐 또는 그렇지 않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몰사진에서 노출을 측정할 때는 스팟측광으로 세팅을 한 다음, 지고 있는 태양 옆 하늘을 측거해서 적정 노출값을 구한 뒤 촬영을 하게 됩니다.
태양이 지면서 노출값은 수시게 달라지기 때문에 신속히 측정하고 촬영하면 되는데요, 조리개의 경우 풍경사진의 기본인 f/8-13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세팅하시면 됩니다.
만약 적정노출을 잡기 힘들다면 브라케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해가 지면서 본격적으로 암부(땅,바다,산 등)와 명부(하늘)의 차이는 급속하게 갈라집니다.
하늘을 표현하면 땅이 검게 떡지고, 땅을 표현하려고 하니 하늘이 노출오버되어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대개 3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첫번째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하거나 두 번째 브라케팅을 이용해서 촬영한 뒤 적정값만 포토샵에서 뽑아서 추출하거나, 세번째 브라케팅으로 촬영한 사진을 HDR로 보정하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라데이션 필터를 권장합니다. HDR이나 컨트라스트 마스킹으로 풍경사진을 보정할 경우 결정적으로 전반적으로 사진이 지저분해지며,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인 묘사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전경에 있는 피사체가 사람일 경우 보통 역광에서는 실루엣으로 표현되서 윤곽만 보이게 됩니다.
일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스트로보(외장플래쉬)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노을 쪽에 노출을 측정한 다음 ▶ 배경의 노출과 스트로보의 노출값을 같게 설정하시면 됩니다. 이때 초점은 당연히 사람에게 맞춰져야 하고요, 삼각대가 없을 경우 적어도 1/60초 이상의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어야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6. 해가 진 뒤 비로소 시작되는 환상낙조
 
위의 일몰의 특징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적당하게 구름이 깔린 상태에서 서쪽 하늘이 완전히 열려있을 경우에는 일몰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이른바 '불타는 하늘'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농후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날을 만나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작아서, 시시각각 형태를 달리하며 장엄하게 불이 붙고 있은 채 뒤집어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카메라를 가진 누구라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겁니다.
보통 이 낙조가 피어나는 시간이 알펜글로우(산꼭대기의 노을)가 절정이고 하늘색이 비로소 파란색을 띄기 시작할 무렵인데요, 보통 이 시간을 골든아워, 또는 매직아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전에도 설명드렸듯이 사진 찍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대라는 의미입니다.
짧은 시간, 그야말로 불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진찍는 감동은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7. 삼각대의 활용
 
풍경사진을 찍는데 삼각대는 필수입니다. 흔들림없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삼각대와 릴리즈를 늘 지니고 다니시는게 좋습니다.

물론
, 해가 지기 직전에는 셔터스피드가 어느 정도 확보되기 때문에 굳이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삼각대를 사용할 경우 고정된 몇 개의 앵글만 촬영할 정도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반해 삼각대가 없으면 아무래도 촬영에 융통성이 생겨서 보다 다양한 촬영이 가능합니다.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한결같이 성능이 뛰어나서 왠만큼 ISO를 올려서 촬영해서 노이즈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 것만 잘 활용하면 어두운 곳에서도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가 지면서부터 셔터스피드는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므로 이때는 삼각대와 릴리즈의 사용이 아주 요긴합니다. 거기다 노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라데이션 필터라도 쓰게 되면 셔터스피드는 뚝 떨어지게 되므로 흔들림없는 풍경사진, 노이즈없는 깨끗한 풍경사진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삼각대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