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대처하는 강아지들의 자세



미용한 순돌이와 예전 모습(사진속)





연일 찜통같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로 인해 비교적 선선했던 부산지방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나는가 하면, 한낮의 태양빛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강력한데다 숨통을 턱턱 막는 열기로 인해 걷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엔 사람도 그렇지만 견공들도 예외없이 더위에 진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얼마전, 더위를 심하게 타던 유기견 '순돌이'의 털을 말끔하게 밀어버렸습니다.

유독 눈물이 많아서 눈가에 빨갛게 짓물린 상처가 생긴데다 발바닥에 생긴 습진으로 고통스러워하던 녀석을 치료해준 뒤, 그렇찮아도 녀석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던 털까지 말끔하게 밀어버린 겁니다. 사진처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녀석. 수북한 털을 밀어서 그런지 예전만큼 혓바닥을 내밀며 더위에 호소하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녀석도 하루 이틀이 지나자 적응이 되었는지 별탈없이 잘 뛰어놀며 예의 그 씩씩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6월에 털을 잘라서 이제는 많이 길어버린 털 때문에, 더위를 타게 된 건 다래입니다. 

가끔씩 제가 가위를 덜어 다래의 발에 난 털과 눈을 가로막는 털을 잘라주긴 하지만, 이런 무더위 앞에선 그 정도의 털깍이로는 그야말로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덥다 덥다 하지만, 이번 여름엔 아직까지 에어컨을 한 번도 켜지 않았습니다. 보통 일년에 3~4일 정도는 에어컨을 틀곤 했었는데, 아직까지는 견딜만한 더위인가 봅니다.

녀석들도 낮시간에는 집에만 있다보니 특별히 심하게 뛰어놀지 않는 이상은 심하게 더위를 호소하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녀석들의 하루의 대부분은 잠으로 일관합니다.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그게 녀석들의 주일상입니다. 소리에 민감한 다래는 잠을 자다가도 소리가 나면 벌떡 놀라는 바람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데, 소리에 둔감한 순돌이는 옆에서 사람이 지나가도 한 번 잠에 빠지면 깨어나질 않습니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연신 눈이 감기는 순돌이...^^ 그야말로 천하태평입니다.

 

매일 녀석들과 하루 한 차례 이상의 산책을 나갑니다.

가깝게는 아파트 인근의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조금 멀리는 달맞이고개의 '삼포길'을 돌기도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견공들에게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시간이라도 해도 낮에 쌓인 지열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여전히 땅은 뜨겁습니다. 땅을 낮게 걸어 다녀야 하는 견공들에겐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꽤 뜨거운 지 연신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숨을 헐떡거립니다. 그래도 녀석들은 나와 하는 산책시간이 즐거운가 봅니다. 혀를 길게 빼놓고 연신 헐떡이면서도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즐거움을 표시합니다.

 

혹독한 무더위에도 한 번도 칭얼대며 낑낑거리지 않고 잘 견뎌내는 우리집 강아지들...

그래서 녀석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순돌이의 눈은 연신 감깁니다.

"더울 땐 자는 게 남는 겁니다."



더위에 지친 다래도 잠이 오긴 마찬가집니다.

게슴츠레 뜬 눈에서 잠이 그렁그렁 묻어납니다.



제법 의젓한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듯 하지만,

사실... 녀석은 여전히 카메라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만 보면 늘 피하던 녀석인데,

오늘은 잠이 와서 그런지 카메라에는 신경조차 기울이지 않습니다.



고마 찍지예. 마히 찍었다 아입니꺼~!
사진찍는 게 귀찮다는 표정의 다래...



'저, 한가해요'



'저 너머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아가씨들도 많을텐데...'





자다가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고개를 사방을 주시하는 다래.



광각렌즈로 바꾼 뒤 스르르 다가가자 배를 보이며 누우려는 다래.

다래는 배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이 다가가면 금새 배를 보이며 눕는 게 버릇처럼 되었습니다.







그렇찮아도 카메라를 싫어하는 순돌이에게 바짝 렌즈를 들이댔더니

녀석은 바짝 긴장해 있습니다.



그만 찍고 배 좀 쓰다듬어주세요~!



매일 한 차례씩 나가는 산책길...
오랜만에, 아니 순돌이와는 처음으로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해변가를 뛰어다니는 녀석의 산뜻한 발걸음에서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캐논EOS 5D + 85mmf/1.2 L  + 17-40 f/4.0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