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떠나는 사진여행, 어디로 갈까?






처음 여행목적지를 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정하십니까?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여행지라서, 누구나 다 가보는 여행지 나도 한 번 가보자는 심산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쇼핑하기가 편해서, 여행경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나도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맛있는 음식이 가득해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고 싶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아마도 그 이유는 이외에도 엄청 다양하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복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도 있을테니 이런저런 이유를 따지자면 끝도 한도 없이 이야기는 이어질 겁니다.

 

당연히 내가 여행목적지를 정하는 기준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내게 '인도'라는 곳은 매력적인 사진 포인트로 예전부터 여행리스트의 최상위에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다큐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진들을 하나씩 들출 때마다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인도로의 여행 충동을 예전부터 앓아 왔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도여행을 추진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실감나게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기간'이었습니다. 저같은 직장인이 여행하기엔 인도는 너무 큰 나라여서 짧은 일정의 휴가로는 제대로 맛도 못보고 끝날 것 같아서 휴가때마다 좌절해야 했습니다. 항상 우선순위의 최상위에 존재하면서도 늘 다른 여행지에 밀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짧은 휴가가 주어졌는데 밀린 연월차를 이리저리 끌어낸 뒤, 짤릴 각오로 상사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양해를 드렸더니 마침내 귀중한 20여일간의 휴가가 행운처럼 떨어진 것입니다. 일단 비자를 신청하고 항공권을 예약한 다음, 기본적인 일정 조율에 들어갔습니다. 일정은 순전히 '스티브 맥커리'가 사진을 찍었던 지역을 참조하기로 하고 지도부터 펼쳤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착각하는 한 가지가,  누구나 그 곳에 가면 유명한 작가들이 찍었던 그  장면의 사진(꼭 그 사진이 아니어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착각에 빠진다는 겁니다.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에 한참 흠모해 있던 저로서도 헤어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스티브 맥커리만의 진득한 색감, 탁월한 시선,  포트레이트(초상사진)의 무표정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메시지, 톡톡 튀는 파격적인 구도, 현실감, 다양한 사진적인 장치들 그리고 그가 방문했던 부러운 장소(또는 지역)들... 

어설프고 허술한 제 사진에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한 것이 다름아닌 그의 작품이었음을 애써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사진은 제가 추구하려는 사진 이념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감동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매그넘 작가로 활동하는 스티브 맥커리의 작품을 맛뵈기로 보시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동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 어떤 사진보다 나를 자극했던 사진...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더 보고 싶다면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십시오.
스티브 맥커리 홈페이지 → http://www.stevemccurry.com 

 

 

 

그럼 이제부터 지도를 보시겠습니다.
(지도는 제가 그렸기 때문에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요청하십시오. 깨끗한 것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상 지도부터 펼쳐봅니다. 지도를 보면 그 나라의 기본적인 윤곽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발음하기 힘들어서 낯설고 어색했던 지명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금새 지명들이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루트까지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는 각 포털사이트에 포진해 있는 인도여행카페의 정보력을 빌리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루트는 대개 북인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무굴제국의 수도였으며 여전히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델리를 중심으로 인도의 대표 건축물로 유명한 타지마할(아그라),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 성(性)적인 조각상으로 인기있는 카주라호 등이 있고,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색감,사막 사파리로 유명한 라자스탄 주(조드푸르,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 자이푸르)가 델리의 서쪽에 있습니다.

시크 교도의 황금사원과 파키스탄과의 국경(와가국경)이 인접해 있어서 매일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경쟁적으로 국기하강식이 열리는 암리차르도 비교적 인접해 있는데다, 달 호수로 유명한 카쉬미르 지방의 스리나가르와 히말라야 산으로 둘러쌓인 삭막한 라다크 지방, 티벳임시정부가 있는 맥그로간지와 휴양지로 잘 알려진 마날리, 정신수양을 할 수 있는 경건한 리쉬께쉬도 가까이 있습니다.

 

20일동안의 짧은 일정으로 위에 배열된 모든 곳을 다 돌아봤냐고요? ^^

그렇진 않습니다. 사실 돌아볼 이유도 없는데다 돌아볼 시간도 넉넉하지 없었습니다.

제 여행이 지극히 사진위주의 여행이다 보니 루트는 늘 '관광'위주의 여행과는 약간 다르게 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건축물 위주로 구성된 유명한 유적지는 철저히 배제합니다. 사실 인도여행을 준비할 때는 '타지마할'조차도 루트에서 제외시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도여행을 할 무렵에 자이푸르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서 6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일어났었습니다. 거기다, 라자스탄쪽의 기차파업으로 인해 라자스탄으로 들어가는 길이 며칠동안 완전히 차단당하는 일이 벌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 떼우기식으로 찾아간 곳이 타지마할이었습니다. 그렇게 준비없이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 아그라를 방문했으니 결국 관광위주의 여행이 되고 말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타지마할조차 보지 않았다면 인도여행은 참 아쉬울 뻔 했습니다.

 

제가 다시 한 번 인도를 돌아본다면 집중적으로 가볼 곳은 '지도'에 표시된 부분입니다. 주로 북인도쪽에 집중적으로 몰려있긴 하지만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이나 제가 그동안 모아둔 여행정보에 따르면 제 사진성향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장소가 바로 저곳들이었습니다.

 

라자스탄 지방 : 라자스탄 지방이 제 눈길을 끈 것은 삭막한 사막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화사한 여인들의 옷색감과 장신구들 때문입니다. 거기다, 자이살메르나 푸쉬카르 등지에서는 낙타사파리가 가능한데다, 날짜만 잘 맞춘다면 낙타축제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는 행운이 주어지기도 한답니다. 인도의 푸른 도시라 불리는 조드푸르의 작은 골목도 내 마음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인도여행을 가게 된다면 아마도 첫번째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잠무 카슈미르 및 라다크 지방 :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 바로 카슈미르 지역입니다. 카쉬미르 지방에서도 스리나가르는 달호수와 젤룸강 등 수많은 수로와 운하로 연결되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곳에서 라다크의  레까지 연결되는 산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정평이 나있는 곳인데요, 그 황량한 절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 사는 때묻지 않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를 상상하면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시킴지방 : 지도에서는 다즐링을 시킴지방에 포함시켜놓았는데, 다즐링은 시킴지방에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적인 역할을 곳으로 그 유명한 다즐링홍차의 생산지가 바로 이곳입니다. 원래 독립국이었던 시킴은 주민투표에 의해 인도의 22번째의 주(현재 인도는 28개의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대는 히말리야 제 3봉인 칸첸중가를 포함해서 7~8,000m가 넘는 고봉들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외부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된 지역입니다. (참고로, 히말라야의 1봉은 에베레스트, 2봉은 K2, 3봉이 칸체중가입니다.)

지금도 시킴지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가서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만큼 이곳에 대한 여행정보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부탄처럼 티벳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시킴지방의 곳곳에는 티벳불교의 사원이 산재해 있다고 합니다. 9월 15일에는 시킴지방의 유명한 '사자춤'축제가 펼쳐지는 날이어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 때는 어엿한 독립국이었던 시킴지방, 아마도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들의 로망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