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땅, 인도로의 사진여행








인도...

인도를 다녀온 많은 분들이 여전히 인도를 그리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인도는 참으로 묘한 매력을 지닌 나라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도의 어떤 것들이 사람들을 그토록 그립게 하는 요소들인 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내 머리 속에 내장된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어쩌면 그리움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들인데도 말입니다. 헝클어진 이미지 조합들을 아무리 정교하게 배열해봐도 그 속엔 어떤 그리움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40도를 웃도는 지독한 5월의 폭염과 강가(갠지즈)강변의 메마른 모래사장에서 불어오는 열풍,

사이클릭샤꾼의 여리디 여린 어깨와 허연 눈동자로 여행자들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

각종 교통수단에서 쉼없이 울려대는 클락션 소음과 목안이 칼칼해질 정도로 뿌연 매연,

더러운 각종 오물덩어리와 지린내같이 불쾌한 냄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시커먼 기름으로 튀겨낸 사모사(음식의 일종),

고운 천에 둘러쌓인 시신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던 바라나시의 그 좁은 골목, 

끈질기게 달라붙던 삐끼들과 새카만 파리떼가 꼬인 느닷없는 주검들,

피부병으로 심하게 문드러진 개들의 여린 몸뚱아리,

그리고...

 

 

잠시 여행을 다녀온 처지이기 때문에 인도의 극히 피상적인 부분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어느새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짧은 인도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도는 뿌리치지 못하는 달콤한 유혹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나라의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처음 인도를 찾는 이방인이라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겪게 되는 문화충격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와 다양한 인종과 문화, 깊이 모를 정도로 심오한 종교와 사상, 정신에 매료되어 인도를 다녀온 뒤에는 오랫동안 인도를 그리워 합니다. 가슴 속의 작은 떨림들이 이젠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수많은 한국의 여행자들이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인도를 찾고 있습니다.

굳이 여행목적을 정의내리라는 식의 식상한 말은 하진 않겠지만, 인도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유럽이나 일본, 중국 등의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여행시스템을 갖추긴 했어도 무엇보다도 저렴한 물가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더욱 일조한다는 겁니다. 한달 정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배낭여행하려면 대략 한국돈으로 50만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돈이 궁한 어린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떻게 돈을 쓰느냐에 따라 여행경비 편차는 심하게 날 수 있습니다.) 



인도+사진

인도로 사진여행을 떠나긴 전, 무수한 인도사진들을 봐왔습니다.

세계적인 다큐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에서부터 이름모를 블로거의 사진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인도여행의 꿈을 키웠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수많은 인도사진으로부터 자극적인 인상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여행에 대한 유혹은 늘 그렇듯이 사진에서 비롯되고 사진으로 이루어지고 사진으로 끝나는 게 기본적인 제 여행법입니다. 애써 잘난 척(?)하기 위해 사진여행이라고 명시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배낭여행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여행의 비중을 사진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치스러워 보이는 사진여행자이긴 하지만 배낭여행자의 신분을 애써 버릴 마음은 없습니다.











 

인도에서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11억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인도에서 제가 찍을 사진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초상사진(또는 인물사진)'이라고 일컫는 포트레이트(Potrait)가 바로 그것입니다. 풍경사진도 좋아하고, 관점(시점, 시각)적인 사진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선호하는 쪽은 아무래도 인물사진 쪽입니다. 

인물사진은 명확한 주제를 제시해줄 뿐 아니라, 현지인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여행의 재미를 몇 배나 배가시키는 극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때론 현지인들의 집에 초청받아 음식을 대접받기도 하고, 뜻하지 않는 작은 선물을 받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나를 환대하고 대접하는 인도인들의 대부분이 카스트 중에서도 가장 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 감동 또한 절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낡고 오래된 세간살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지만, 그래도 그들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은 여행을 보다 뜻깊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비록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작은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뽑은 몇 장의 사진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인물사진 중에도 인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화려한 색감의 사리를 두른 여인, 기인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힌두교 수행자들인 사두, 형이학적인 인도문신 헤나를 몸에 그린 사람, 힌두교 의식 중에 하나인 아르띠뿌자를 하는 젊은 브라만, 일하고 있는 늙고 추레한 노인같은 그런 느낌이 나는 사진들 말입니다.  꼭 어떤 인물을 단정적인 모습보다는 인도의 사람들이 주는 여러가지 정황적이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서 제가 알지 못했던 인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인도인만큼 그들의 찬란한 문화유적에도 눈길이 끌리긴 하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에게 깃든 인도의 정신과 문화를 제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어설픈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도인들은 사진찍히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막 찍은 사진을 LCD로 확인시켜주면 화사한 꽃처럼 만면에 웃음이 번져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진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이라고 하지만, 느닷없이 무례하게 카메라를 갖다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감없는 포트레이트는, 아무런 느낌도 메시지도 전달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인도인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혼한 여자 사진을 찍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가 팽배한 인도의 수많은 지역에서,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종속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여인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담고 싶다면 사전에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도에서의 사진여행,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제가 인도를 방문한 시기가 인도에서 가장 덥다는 5월의 건기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가 가지고 간 장비는 두 대의 카메라, 네 개의 렌즈, 삼각대,  OTG 320기가(이미지저장장치), 모바일프린터, 모바일 프린터 필름 100개, 넷북, GPS, 카메라 액세사리들(각종 필터, 릴리즈, 여분의 밧데리 등)이었습니다.

태양볕이 가장 강한 한낮의 기온이 40도가 넘는 델리와 바라나시 등을 돌아다닐 때는 짓누르는 장비의 무게로 고통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진에 대한 욕심(열정은 없고...)은 넘치고 흘러서 하나라도 빠뜨리면 왠지 불안해지는 조급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고통 쯤은 사진을 찍는 즐거움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비싼 장비를 들고 다니다 보니 여행 때면 나름대로 세우는 원칙이 2가지 있습니다.

절대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과 야간이동을 해야 할 경우 어느 정도 도난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된 3A급 이상의 기차만 타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미토리와 SL급기차는 저렴한 요금과 인도인 또는 다른 여행자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 카메라 장비가 지금처럼 많지 않을 때는 그런 방식의 여행을 즐기긴 했지만, 좀도둑이 많기로 소문난 인도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도 몇 번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제 눈 앞에서까지 잠시 만난 동행들의 물품이 사라지는 것을 봤던 탓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선택의 탁월(?)함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아무래도 짐과 장비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로 사진여행을 떠나시는 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바로 사진장비와 도난이나 분실, 또는 강도 등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다양한 화각대의 렌즈를 가져가고 싶긴 한데, 고단한 여행길에서 겪게 될 지도 모르는데 위험하고 황당스러운 경험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 위험의 유형은 비단 인도여행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인도여행에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인도여행을 하면서 물품을 도난당하거나 강도를 당한 경우는 확률상 미미할텐데도 이런 말들이 자꾸 와전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만큼 조심해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와도 같습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글 수는 없지 않습니까.

 

워낙 무식하게 모든 장비를 통째로 들고 다니는 제 입장에서 들릴 제안은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각 장비에 대한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비교적 활용 빈도수가 높은 렌즈를 가져가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렌즈로든 못찍을 사진은 없습니다. 조금만 뒤로 물러서거나 앞으로 다가간다면 비록 앵글에서는 조금 차이가 날지라도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진은 사람의 몫이지 장비의 몫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화각면에서 조금 아쉽긴 해도 광각 또는 표준렌즈 하나만 마운트해서 다녀도 무방합니다. 좋은 사진은 장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진가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니 말입니다.

 

<2부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