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사파의 고산족 사람들, 포트레이트




 

제가 베트남 사파지역으로 여행을 결정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바로 '포트레이트'였습니다. 

무겁고 느리다는 이유로 여행에서는 배제했던 85mm f1.2, 일명 만두를 가지고 간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초상사진(포트레이트)은 풍경사진과는 완전하게 다른 어떤 재미가 있습니다. 
풍경사진이 그저 일회적인 감동만 배출해내는 것에 반해, 포트레이트는 현지인들 속으로 파고들어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나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과정은 비록 힘들지만, 몇 배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비로소 여행을 왔다는 것을 몸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기 만듭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진심'은 어디에서든 통하나 봅니다.

처음엔 쉽게 다가설 수 없어 쭈삣쭈삣하던 마음도, 열어놓고 현지인들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일종의 '여행의 재미'고 '여행의 기술'이기도 한데요,  저같은 경우는 늘 휴대용 사진 프린터를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접근은 한결 용이하고 쉬워집니다. 어쩔 수 없는 '미끼'의 개념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낯선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몽골여행을 하면서 휴대용 즉석 사진 프린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진은 찍으면서도, 현지인에겐 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그저 LCD로만 잠시 보여주고 마는 이런 행위, 그것이 현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했던 이런 것들이 어찌보면 자신의 욕구만 채우기에 급급한 저급한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채워줄 추억거리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참담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용품으로 비록 허접하긴 해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즉석 프린터를 들고 다니게 된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었습니다. 찍은 사진을 LCD로 보여주려고 카메라를 건내니, 카메라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인화된 사진'을 기다렸던 몽골 아저씨께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안하네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담게 된 사파의 고산족들 사진입니다. 대부분 여인들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생활 전면에 나서는 대부분의 고산족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비록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적어도 제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환하게 웃어줬습니다. 그들과 함께 했던 그 짧은 시간들, 그리고 그 환한 미소가 새삼 그리워지는 것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