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안개마을, 베트남 북부의 사파




이전 포스팅에서 베트남 북부 산악지역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인 박하를 소개해드렸기 때문에 이곳 사파의 위치도 개략적으로 이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사파는 해발고도가 1,600m가 되는 고산지역으로 5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산허리춤을 깍아만든 다랭이논을 일구며 살아가는데, 주요산물은 쌀과 옥수수 등입니다. 하지만 1년에 160일동안 끼는 안개와 아열대 기후, 비교적 온화한 겨울은 이곳에 사는 소수민족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베트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지가 높은 이곳은 1년에 1모작만 가능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보릿고개를 겪어왔다고 합니다. 프랑스 식민지시절에 이곳이 휴양지로 개발되었고, 중국과의 국경지역이라서 오랫동안 통제되던 이곳을 베트남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여행지를 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어디에선가 본 소수민족들의 화려한 전통의상 때문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역엔 54개의 소수민족이 흩어져 살고 있는데, 사파지역은 주요한 5개 부족이 여전히 그들의 고유의 문화와 복식을 갖추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소수민족으로는 흐몽(H'mong)족이 있는데 이들은 검은색 의상을 주로 입고 다니기 때문에 블랙흐몽족이라고 불리웁니다. 베트남에선 이들을 메오(Meo)라고 부르는데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오랑캐 묘苗자를 쓰고 miao, meo, meao라고 읽습니다. 한족 말고는 다들 오랑캐라는 것이죠.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두른 자오(Dao)족도 있습니다. 자오족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눈썹을 밀어버리거나 심하면 앞머리까지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가끔씩 사파시내에서 자오족 여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왠지 모를 섬뜩한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따이(Tay)족, 쟈이(Giay)족, 일부가 사포(Xa pho)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했던 8월은 우기로 짙은 안개와 함께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장마비가 아니라 잠시 스쳐가는 비라서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8월의 사파에선 우산이나 우비가 필수였습니다. 소수민족 여인들은 항상 목이 긴 장화에 넓다른 우산을 끼고 다녔는데,그만큼 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짙은 안개가 사파의 작은 골목 속으로 밀려들면 그 길가에 앉아서 쓴 베트남 커피를 들이키며 낭만에 젖는 그 맛도 꽤 호젓합니다. 물론 땅이 질척거려서 라오짜이 마을이나 타반 마을로의 트래킹에 꽤 애를 먹긴 하지만, 그래도 안개에 휘감긴 사파의 분위기는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흐몽족의 땅, 사파.

산기슭을 개간해서 만든 다랭이논들이 즐비한 그 곳...
나트마한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한 가족의 따뜻한 귀가가 아름답습니다.

 


 


 5일동안 사파에 머물면서 아침마다 사파를 가득 채운 안개를 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안개가 자욱해서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겨우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습니다.

 




마운틴 뷰.

사파의 호텔들은 한결같이 마운틴 뷰 쪽이 가격도 비쌉니다.

아침에 깨어나 산자락을 휘감은 자욱한 안개를 보는 즐거움 때문에,

여행자들은 조금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마운틴 뷰를 선호합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지로 개발된 사파라서 그런지...

호텔들이 한결같이 이국적인 느낌입니다.

 




 넘실거리는 안개에 포위된 건물...

저 너머가 유명한 낏깟마을입니다.

 



 


빨간 두건을 둘러쓴 자오족 여인의 뒷모습.

우기인 8월의 사파에선 긴 우산이 그들의 생활 필수품입니다.

 




 사파시장의 한 건물.

화몽(Flower H'mong)족 여인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파의 흐몽족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 놀아야 할 그 어린 나이에 아이들은 생계의 최일선에서 관광객들을 상대합니다.

'Buy for me'를 외치며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달라는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볼 때면,

가슴 한 켠이 무너져 내립니다.

 




 아이를 업은 흐몽족 남자

 




 눈썹과 앞머리를 민 쟈오족 여인들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밀려,

이렇게 뒤모습만 촬영했습니다.^^

사실은 빨간 두건 뒤에 달려있는 화려한 수술을 제대로 담고 싶었는데...

 




물건을 사는 흐몽족 여인들. 

아이를 업은 흐몽족 엄마의 머리에 도끼빗이 하나 꽂혀있습니다.

도끼빗은 그녀들 헤어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도구인가 봅니다.

참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함종산에서 바라본 사파.

마치 서양의 유명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는 서양여행자들을 기다리는 흐몽족 여인들.

그녀들의 판매전략은 한 마디로 '찰거머리 작전'입니다.

사파 골목을 지나가면 흐몽족여인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들의 공예품을 보여주며 'Buy for me'를 외칩니다.

 



 


 눈망울이 너무 예쁜 여자아이와 엄마, 그리고 동생...



 


 환하게 웃고 있는 흐몽족 여인.

물건을 팔기 위해 사파까지 3시간을 걸어서 왔다고 하는 그녀.

 



 


 사파에서 트래킹을 하게 되면 물건을 파는 수많은 사파여인들과 동행을 하게 되는데요,

동행들과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홀로 고독을 씹고 있는 여인을 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물레질 하는 여인.

 




 물소와 아이.

 




 이름이 '수'와 '지'라는 흐몽족 여인들.

그녀들의 사진을 찍어서 즉석인화기로 뽑아줬더니,

그녀들은 나와 아내의 손목에 예쁜 천 팔찌를 선물했습니다.

 




 호텔 난간에서 바라본 풍경.

 




풍선을 사기 위해 흥정을 하는 서양인 엄마와 이들을 지켜보는 주변 흐몽족들의 시선

 




 일요일 아침, 박하뿐만 아니라 사파에서도 정기적으로 7일장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먹고 있는 사람들.

 




 항상 그 자리에서 물건을 팔며 바늘질을 하고 있는 자오족 여인.

 



 


 그녀의 뒷모습이 왠지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변하지 말라고 강요합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그들의 전통적인 삶은 변하지 말아야 된다고 종용합니다.

세상은 그녀들을 지독하게 돈만 밝히는 장사꾼들이라고 합니다.

세상은 그녀들을 악착같이 달라붙는 찰거머리라고 합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어릴 때부터 학교도 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물건을 팔아야 했고,

그것이 굴레가 되어 여전히 그녀들은 가난한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