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트남 박하시장



세상을 떠돌면서 꽤 많은 시장을 다녀봤지만 한 눈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바로 '박하시장'입니다. 
박하는 베트남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유일한 이유는 '박하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하노이에서 출발하는 밤기차를 타고 7시간가량 라오까이로 이동한 관광객들은 사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새벽이면 약속이나 한 듯이 사파에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곳을 찾게되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박하시장이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서고 있는 라오까이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고산마을인 사파가 있다면 왼쪽에는 화몽족이 사는 박하가 있습니다. 박하하면 보통 '박하사탕'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실텐데요, 박하는 한자어인 북하北河를 베트남어로 발음한 것으로 '강 북쪽'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베트남 북부는 수많은 고산족들이 여전히 전통을 고수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박하는 화몽(Flower H'Mong)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들의 화려한 복색이 박하시장을 꽃밭으로 수놓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장으로 박하가 손꼽히게 된 이유는 화몽족 여인들의 화려한 전통의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그렇듯이 이 곳 박하시장도 단순히 몽족들의 물물교환을 위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주변 산악지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의 소통의 공간이며 화합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박하시장을 찾기 위해 깊숙한 오지에 흩어진 소수민족들이 3~4시간되는 먼거리를 걸어서 오는 것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열린 공간이라는 실감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박하시장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관광지화'되고 '상업화'되는 기존의 전철을 걷고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박하시장은 비교적 순수함을 잘 간직하고 있는 편입니다. 인근의 사파에서 만난 흐몽(Black H'mong)족 여인들은 눈빛만 마주쳐도 쪼르르 달려와 'Buy for me'를 외치며 끊임없이 구매를 종용했지만 박하시장에서는 적어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는 박하시장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에도 항상 웃음을 잊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박하사람들이 여전히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사파에서 왕복 7시간 거리에 있는 박하시장을 오토바이로 이동했습니다. 8월의 작열하는 베트남의 태양으로 인해 얼굴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마다 흩날리는 먼지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지만 박하시장의 첫인상은 놀라움, 그 이상이었습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전통의상을 입은 채 밭에서 경작한 농작물을 팔고 있는 화몽족 여인들.

 





화려한 의상 뒤에 숨겨진 화몽족 여인들의 고단한 인생살이가 느껴졌습니다.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에서 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화몽족 여인



 


 박하시장은 마치 자신들의 화려한 의상을 뽐내려는 화몽족여인들의 각축장과도 같았습니다.

여전히 전통의상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북부의 고산족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방인들에게

이곳은 반드시 와야 할, 꼭 둘러야 할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현대를 공존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곳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는 54개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 소수민족은 전통의상을 고수하고 있고, 자신들만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박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몽족 여인들의 화려한 복색은 이방인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이들의 의복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실생활에서 입고 있는 그대로의 의복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다른 고산족 여인들.

복색을 보면 그녀들이 어떤 부족인지 대번 알 수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껌 좀 씹는 언니들의 회합(?).

 



 


 가족들을 위해 장을 보는 화몽족 여인

 




 한 공산품 가게에 들른 여인.

그녀의 손에는 오늘 구매한 물건들을 담은 비닐봉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장터 풍경 

 




 장터 풍경

 




 그야말로 한 여름 뙤약볕이 살갗을 콕콕 찌를만큼 따갑게 내리쬐이는데도,

할매는 거적으로 살짝 햇살만 가릴 뿐입니다.

오랫동안 저 할매를 지켜보았는데요, 지나가는 사람 누구도 그 할매에게

관심을 가지지도, 흥정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햇살만 무성하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서양인 여행자와 흥정하는 화몽족 여인들.

 



 


물건을 고르기 위해 몰려든 여인들. 

나무 바구니를 몇 개씩 둘러맨 한 여인의 뒷모습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화몽족 여인의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바구니 한 가득 장을 보고 걸어가는 화몽족 여인,

반대편에서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여인과 왠지 오버랩됩니다. 

 




유달리 액세사리를 펼쳐놓고 파는 노점상에 많은 여인들이 몰려듭니다.

역시 여인들은 자신을 치장하려는 기본적인 본능을 숨길 수 없나 봅니다.

하물며, 예쁜 전통의상으로 치장한 화몽족 여인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남이 있어 오히려 행복한 박하시장.

그녀들의 화사한 웃음소리가 시장 안을 가득 매웁니다.



 


 시장의 한 켠에는 이렇게 가축시장도 함께 열립니다.

이곳에는 여인들보다는 남자들의 비율이 훨씬 많은데, 그 많은 남자들이 다 여기로만 몰린 듯 합니다.

 박하의 가축시장 풍경 

 


 


 박하의 가축시장 풍경

 




 남자들은 그늘에 앉아 쉬고 있거나, 대낮부터 낮술을 걸치고 있거나...

(박하의 가축시장 풍경)

 



 


이곳 여인들에게 있어서 우산은 거의 필수품입니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이곳의 특성상 날씨 변덕이 워낙 심하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장대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겉잡을 수 없는 햇살의 향연이 수없이 반복되는데,

그래서 소수민족 여인들은 한결같이 우산을 바구니에 꽂고 다니면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박하시장의 장터 풍경

 




 그녀들의 자연스러운 웃음이 참 보기 좋습니다.

화사한 웃음처럼 화사한 그녀들의 만남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환한 박하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