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카나스 호수에서의 트레일


 

어느듯, 오랫동안 지루하게 끌고 왔던 중국여행기와 사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30일동안 실크로드와 동티벳 일대를 짧게 돌아보고서, 배낭여행기와 여행사진들을 거의 1년이나 울궈먹었으니 저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기억에서마저 희미해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꼼꼼히 기록해놓은 '여행노트'를 꺼내서 포스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포스팅을 하면서 어느새 잊혀졌던 기억들이 명확하게 되살아났고, 끊임없이 마음 속을 휘저으며 종용하는 '떠남'이라는 두 글자가 여행본능을 되살리긴 했지만 용케도 잘 참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도 '여행'이라는 명제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여행을 떠난다'라는 두리뭉실한 우문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바쁩니다. 

제 여행은 딱 잘라말해 사진여행입니다. 좀 더 세분화해서 언급하면,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나는 배낭여행입니다. 비록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렌즈와 카메라를 챙겨가지만 배낭여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다녀왔다는 표식이라도 남기려는 듯 한 도시에서 또 다른 도시로 숨가쁘게 오가는 그런 여행은 가능한 한 지양합니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촬영해야 하고, 그 랜드마크 속에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남기는 그런 여행도 왠지 낯뜨겁습니다. 

용해되듯 사람들 속으로 빠져드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한, 저의 여행은 앞으로도 오지중심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오지라고 밝히는 것도 부끄러운 것이 제가 오지라고 여기며 찾아간 곳이 그다지 오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잡설이 길었습니다.

 

이틀간의 시간이 더 주어져 있긴 했지만, 이 날이 카나스 호수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여행에서의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카나스 호수에서 다시 뿌얼진을 거쳐 12시간의 장거리 야간버스를 타고 우루무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 때는 앤서니와 아밀리아와 함께 왔기에 큰 무리 없이 수월하게 올 수 있었지만 우루무치로 돌아갈 때는 혼자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을 써지 않으면 안됩니다. 당장, 카나스 호수 입구에서 뿌얼진까지는 뭘 타고 이동할 것이며, 또 우루무치까지 가는 야간버스의 좌석은 충분한 지 아닌 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야간버스를 타고 우루무치로 돌아가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마는데도 마음은 태평입니다. 만약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비자를 연기해야 되고, 새로운 비행기 편도 알아봐야 되고...이래저래 꼬일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텐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까르페 디엠'이라는 말도 있듯이 걱정만 하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카나스 여행은 휴식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카나스 호수일대가 물론 아름답기는 하지만, 좀 더 멋진 풍경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산야가 노란색으로 물드는 가을, 여기보다는 비교적 오지에 속하는 인근의 허무(禾木)나 하바허(哈巴河)가 훨씬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되서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반드시 가을에 찾아오리라는 다짐을 하며 카나스 호수 일대를 여유를 갖고 찬찬히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물론 그때가 언제일 지 기약은 없습니다.

카나스 호수 일대라고 하지만, 주변 둘레만 해도 무려 24km나 되기 때문에 그 먼 거리를 하룻만에 다 돌아보기는 힘들 것 같고, 일단 길이 있는 곳까지는 가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렇다고 절대 서두르거나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고, 풍경이 좋은 곳이 나타나면 앉아서 구경도 하고...그렇게 그렇게 '천천히 걷는' 트레일을 음미하기로 합니다.






 새로 옮긴 숙소에서 바라보면 대충 이런 풍경이 나타납니다.

통나무로 얼깃설깃 지은 현지인들의 집들은 대체로 열악한 편인데다,

작은 밭뙈기에 온 식구가 나와 경작을 돕습니다.

 

 



혼잡한 우루무치역에서 백화림 유스호스텔까지 동행을 하게 되면서부터 같이 움직이게 된 길동무들.

왼쪽- 듬직한 영국여자 아밀리아, 오른쪽 - 말많은 미국남자 앤써니

 




들꽃에 걸린 햇살이 너무 예뻐서 한 컷. 



 


저 길 어딘가에 있는 몽골인들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요기를 할 예정입니다.

어제처럼 중국 신강성에서 가장 유명한 빤미엔을 먹을 텐데,

이곳의 빤미엔은 우루무치와는 사뭇 다른 맛을 냅니다.



 

 


 몽골인 식당의 두 딸래미들.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미뤄뒀던 빨래를 한꺼번에 하는 모양인데,

재벌, 세벌로 헹굼을 하고 탈수기를 이용해서 물을 빼고 있었습니다.

 


 


 주방에서 열심히 빤미엔을 만들고 있는 여주인장.

빤미엔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요리가 들어가는데, 생면을 뽑은 뒤 야채를 다듬고 요리를 하게 됩니다.

요리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맥주 한 병 마시고 있으면 그때서야 음식이 나온답니다.

 




 몽골계통의 투와족 아저씨.

'센베노'라는 몽골인사를 건내니 깜짝 놀라십니다.

예전에 울란바타르 등 몽골지역을 다녀왔다고 대충 말하는데...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니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해주십니다.

 




 음식 만드는데 1시간이 걸린다면, 음식 먹는데는 5분도 안걸립니다.ㅡ,.ㅡ

후루룩 먹다보니 금방 그릇이 말끔하게 비워졌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두 서양인들의 놀라는 표정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대화도 나누면서 천천히 식사를 해야 하는데...

배고픈 나는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먼저 식사를 끝내고는 바깥으로 나와서 잠시 스케치를 합니다.

 




 식당 주변의 집들...



 

 


조금전까지 그렇게 맑던 하늘에서 언제부턴가 천천히 구름이 끼기 시작합니다. 

하긴 그동안 너무 맑았으니 비라도 한차례 내리면 좀 더 시계가 깨끗해질테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습니다.

 




 스케치를 하고 한참 뒤에 식당으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식사는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서양애들... 솔직히 말 너무 많습니다.

앤써니는 밥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뭔가를 중얼거리고,

아밀리아는 느긋하게 먹으면서도 앤써니의 대화에 맞장구를 쳐줍니다.

적당히 하지...ㅡ..ㅡ



 


그렇게 맑던 하늘이 트레일이 시작되면서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숲속으로 들어갈 때는 까만 먹구름이 잔뜩 끼여있습니다.

하늘에선 금새 우두둑거리며 소나기를 퍼부을 기세.

게다가 날이 어두워서 그런지 셔터스피드 확보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숲속으로 인공적인 데크로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트레일은 수월합니다.

솔직히 트레일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습니다.

 




 저만치 앞서가는 앤써니와 아밀리에.

앤써니는 가지고 다니는 해바라기씨를 끊임없이 까먹으면서도 또 끊임없이 채팅을 합니다.

옹알대는 듯한 앤써니의 톤은 영어가 짧은 내겐 알아듣기 너무 힘듭니다.  

 



 


 화려한 들꽃이 치장한 언덕을 걷고 있는 앤써니와 아밀리에

 




 저 숲 어딘가에서부터는 데크길도 끝나기 때문에 작은 오솔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때 지나가는 유람선 한 척...

 




 카나스호수 일대를 도는 유람선인데, 비용만 해도 4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다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밀리에가 나를 향해 카메라를 꺼내듭니다.

저도 지기 싫어서 그녀를 향해 셔터를 누르고...

용호상박입니다.

 



 


 카나스 호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어정까지 다녀오려고 했으나...

더운 날씨에 산길을 걸었더니 벌써부터 몸이 욱씬거려와서 미루고 맙니다.

사실, 미루고 말고도 없습니다.

오늘이 바로 카나스호수에서의 마지막 날이었으니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마침 오르려고 할 때가 날씨 상황이 가장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카나스 호수 주변은 사막이기 때문에 낙타를 보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호기심 많은 아밀리에는 낙타를 찍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가 봅니다.

인기척을 느낀 낙타가 짐짓 돌아보는 모습...

 




 숙소에서 바라보는 작은 언덕.

숙소라고 하지만 일종의 민박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잠자는데는 1인당 30위안(한화 6,000원)

시설은 열악하지만, 그래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간이샤워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게 이 집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민박집에는 보통 3~4세대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금 묵고 있는 이 집도 카자크인들이 살고 있는 숙소인데, 할매에서부터 손자까지 4대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저 집은 그들의 거실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집 앞의 저 작은 공간이 할매의 전용공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쓰러져가는 우리네 60년대의 판자집을 닮아 있습니다.

위태롭게 서있는 낡고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집은 꽤 부유한 지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말도 몇 마리 부리고 있습니다.



 


 할매와 증손자

 



 


 이 집의 단란한 가족들과 길동무들입니다.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부풉니다.

여행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설레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