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워진 우팔시장




아침 11시, 카쉬카르 시내를 막 벗어났는데 뜻하지 않게 비가 내렸다.
제법 포도까지 젖실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차장으로도 굵은 빗줄기가 둔탁하게 와서 부딪혔다.
사막에 둘러쌓인 오아시스 도시 카쉬카르에서 맞는 소나기는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쉬카르의 외곽으로 나와보면 두 줄로 심어놓은 방풍림(또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한 방사림)이
도시 주변을 띠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카쉬카르가 얼마나 큰 오아시스 도시임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한다.
방풍림 주변은 논과 밭들이 펼쳐져 있다.
어제 먹은 폴라(양기름으로 볶은 일종의 볶음밥)에 사용한 쌀도 이곳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간간히 땀흘려 경작하는 위구르인들의 모습이 아스라한 꿈처럼 차창 밖으로 보였다가 이내 멀어졌다.
카쉬카르 시내를 벗어나자 황량한 사막이 이어졌고 간간히 사막나무 군락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자란 나무가 고사하여 오랜시간이 흐르면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이것을 '규화목'이라고 부른다.
규화목은 시중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데 한때는 규화목 수집꾼들이 무분별하게 이 일대를 파헤쳐서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법적으로 무단채집을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어느 곳이나 돈되는 곳엔 날파리처럼  '꾼'들이 꼬여들기 마련인 모양이다.


길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로 분주하게 향하고 있었다.
나귀를 타고 가는 멋진 수염의 위그루인 영감님도 계셨고, 화려한 스카프를 두른 여인네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우팔'이라고 하는 월요 바자르가 열리는 장터.
조금 전까지 우두둑거리며 쏟아지는 빗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고, 낯선 땅 위엔 연신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타클라마칸 사막의 얹저리를 배회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건조한 더위는 어느 정도 참을만큼 면역이 들다고 생각했는데
정수리에 고스란히 꽂히는 햇살을 여과없이 맞다보니 꼭 그것만도 아닌 듯 했다.






 

 



카쉬카르에서 KKH를 달리다 보면 사막지대 한가운데에 우팔이라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이 나타난다.
이 곳은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장터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데 장을 보러온 많은 위구르인과 키르키즈인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우팔 바자르도 세월의 강풍은 피해갈 수 없었던지 점차 현대식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위구르의 재래식 시장의 형태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화되고 형식화된 카쉬카르의 일요 바자르에 식상했다면
이곳에서는 그들 고유의 시장 느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KKH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월요일에 시간을 맞춰서 출발한다면 잠시 이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
카쉬카르에서 출발하는 파키스탄 행 국제버스도 이곳에서 잠시 정차해서 휴식 및 식사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비록 잠시만이라도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자르를 구경하고 싶다면 월요일에 출발하는 게 좋다.

 

 


 

 


시장 옆의 마을.
말라비틀어진 조그만 하천 하나를 사이에 둔 시장과 마을의 풍경은 판이하게 달랐다.

 




 




 







 

주 교통수단이 당나귀인 이곳에서는 당나귀 발굽에 끼우는 편자가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다.
편자를 수리하시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말없이 앉아있는 손자 녀석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들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가업으로 대물림받았을 저 작업도,
어쩌면 물 밀듯이 밀려드는 현대 문명에 밀려 그저 박제된 사진 속에서나 쳐다볼 추억쯤으로  회상되지 않을까.
 전통이라는 것이 밀도있게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려워도 한 번 소멸되고 나면 너무 쉽게 잊혀지는 속성이 있기 마련인데
과연 힘들고 거칠게 이어져 온 전통의 맥이 저 아이가 훌쩍 자란 뒤에도 꾸준하게 이어질까.

 




 

 

 

 


 

 

결코 시원하지 않은 텁텁한 맛의 수박이긴 하지만 더운 날에 갈증을 해소하는데는 저보다 좋은 것도 없다 .
풍부한 일조량과 일교차가 심한 건조지대에서 재배되는 수박이다 보니 맛은 그야말로 꿀처럼 달다.
단 냄새 때문에 벌같은 벌레들이 꼬이기도 하고, 너덜해진 좌판과 오래된 칼을 보면 위생상 불결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럭저럭 이런 환경에 적응되다 보면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위구르인들의 대표 음식 양꼬치.

양꼬치를 굽는 연기가 시장 일대에 자욱했다.
내세울만큼 썩 맛있는 양꼬치는 아니었지만, 위구르 사람들과 좌판에 둘러 앉아서 먹는 양꼬치 맛은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흘끔거리며 커다란 눈으로 훔쳐보긴 해도 이방인을 위해 내놓은 함지박같은 그들의 미소는 늘 정겹다.

 

 


 

 



 

한참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쉼없이 양고기를 꼬치에 꽂는 일에만 열중해 있었다.
표정 하나없이 싸늘하게 굳어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탄식처럼 측은지심이 새어나왔다.



 

 

 

 

 

 

 

오랜 시간 습득된 손놀림에서 예사 솜씨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이의 작은 일손마저도 생계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이곳의 현실이 때론 각박하게 다가왔지만,
그래도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이는 학교에서 배움을 잇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단지 저 아이의 미래뿐이겠는가,
소외받고 천대받는 중국내 소수민족으로서의 위그르인들의 위상도 어쩌면 교육에 의해서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있을 텐데도
그러지 못하는 그들의 사회구조가 마냥 안타까웠다.

 




 



 

 

 

구차하게 머리 스타일에 대해 따로 요구할 필요가 없는 노천 이발소 풍경.
이곳에서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은 단 하나 뿐이다.
오래 되긴 했지만 날이 제대로 선 면도칼을 이용해 고객들의 머리카락을 반질하게 밀어버리면 그걸로 끝.
어쩌면 가장 단순한 작업일 것 같은데도 이발사의 눈빛은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우팔 시장을 가장 시장답게 만드는 공간이 바로  '가축시장'.
양과 소가 주로 거래되는 이곳은 언제나 많은 사람과 가축으로 가득했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가 무색하게 수많은 양들의 울부짖음으로 요란하게 들끓는 가축시장은
수많은 흥정과 거래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거래가 제대로 성사된 모양이다.
상인의 표정은 환할 지 모르겠지만 예측불허의 운명 속으로 휘둘린 양들의 표정은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거래되는 양들은 한 마리 한 마리 세심하게 점검의 과정을 거친다.
입을 열어 이빨의 상태를 살피고 하고, 가슴팍이나 배를 만져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가 하면, 하나하나 들어서 몸무게를 점검하기도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꽤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양들의 슬픈 운명은 가축시장의 어디에나 존재했다.
뭉특한 엉덩이를 삐죽빼죽거리며 들판을 달릴 때는 꽤나 희화적인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이나 웃었던 기억이 났는데도
막상 이곳에서 마주한 양들의 엉덩이는 잔뜩 우수에 젖은 듯 우울해 보였다.
여행을 하면서 너무 많은 양들의 주검을 목격한 모양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입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부담스러운 걸까.

 

 

 

 

 

 

 

 

거래가 이루어지면 상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악수를 나눴는데 우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되었는지 악수를 나눈 그들은 더이상의 말은 아꼈다.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오가던 흥정도 그렇게 서로에게 돈과 소를 건내줌으로서 끝이 났고,
송아지가 딸린 암소를 건내 받은 남자는 무표정하게 묶인 줄을 풀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거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듯 했다.
달랑 어린 소 한 마리를 들고 나온 초췌한 그들 부자 곁에는 관심을 가지는 상인들이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가장 절실하게 거래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들일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을 것이다.
어린 소를 팔아 손자의 학비도 보태고 궁핍한 살림살이도 보충할 요량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그렇게 새벽 댓바람을 맞으며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마땅한 거래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도 허탕이면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다고 일주일 후에는 과연 거래가 이루어질까 하는 마음이 불안과 초조를 유도해 내고 있을 것이다.

 

 

 

 

 

 




네 남자와 양 네마리, 과연 그들의 대화법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할배와 양.

어떻게 나같은 여행자가 할배의 거친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심기가 불편한 할배의 마음만큼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었다.
축 쳐진 어깨와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눈빛에서는 지친 삶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다.

 





 

 

 

 

유난히 도약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장에서,
아이들의 맑은 웃음은 청량제처럼 상큼하게 다가온다.

 




 

 


 

성깔이 고약한 당나귀를 지지대에 꽁꽁 묶고는 편자를 끼우는 두 남자.

 


 

 

 

 

꼼꼼하게 물건을 살피는 남자

 


 

 


 

부부가 함께 꿈을 키워 나가는 작은 음료 가판대

 

 


 

 



야채를 고르는 남자

 



 

 

 

 

 

 

 

대화

 

 


 

 

 

 

배고픈 당나귀

 


 

 



 

 

 독특한 모자의 키르키즈 할배와 위구르 할배의 공존


 

 

 

 

 

계란장수 아지매들

 

 



 

 



 물끄러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 당나귀

 




 

 

 

 

 나귀 끄는 영감님

 


 

 




키르키즈인들의 대화

 

 

 


 

 우팔 시장의 전경

 

 

 

 



 

 

그들에게서의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만남이 있고 대화가 있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시장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은 그렇게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도로가의 과일 가게.
수박, 하미과, 복숭아,자두, 살구,멜론, 바나나...
그리고 이곳에서도 흥정은 이어졌다.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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