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다래와 함께 한 오후산책





다래의 사진을 위해 산책을 나가면서 다래의 목줄을 풀어줬습니다.
성큼성큼 달려가던 한참이나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 자리에서 얌전하게 목을 쭉 빼고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래의 산책 패턴은 늘 사진처럼 이루어집니다.
걷다가 다른 개가 뱉어놓은 오줌 냄새 맡기, 그 위에 자신의 소변으로 덮어버리고, 마치 완고하게 자기영역이라는 표시로 뒷발질 몇 번...
뒤에서 따라가면서 녀석의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기지도 않습니다.
(세번째 사진은 나름 뒷발질 하고 있는 다래의 모습입니다.)






 



다래의 사진을 찍는다고 내가 가만히 있자, 다래도 멈춰서서는 요동도 하지 않습니다.
나를 향해 바라보는 저 애처로운 눈빛은 '빨리 가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카메라를 들고 찍으려면 저 애처러운 눈빛마저 제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나를 향해 보여줄 애처로운 눈빛을 잡기 위해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에 지친 녀석이 먼저 옹알이를 하지만 녀석을 위한 사진인만큼 애써 무시하고 녀석의 눈빛을 잡기 위해 기다립니다.

 







과감하게 뒷발질하는 다래.
희안하게 이 날만큼은 뒷발질하는 횟수가 전에 비해 많았습니다.
보통 산책을 할 때는 거의 속보로 하기 때문에 뒷발질할 틈을 주지 않는데 이 날은 사진을 찍느라 느긋하게 움직였더니
아무래도 녀석에겐 그만큼 뒷발질할 기회가 많았나 봅니다.
유감없이 뒷발질을 하는 녀석의 모습은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기라도 하는 듯 시원해 보입니다.

 




 



숲 속을 날라다니는 작은 새들의 움직임 때문에 잔득 긴장한 다래.
온 시선이 숲 속으로 향해 있어서 아무리 불러도 내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습니다.
숲 속은 녀석에겐 미지의 세상인가 봅니다.





 



제대로 된 증명사진 한 장 찍으려면 녀석은 아예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아무리 부르고 달래도 제대로 나와 시선을 맞추는 법이 없습니다.
녀석을 향해 있는 카메라 렌즈 때문에 잔뜩 긴장했나 봅니다.
녀석에겐 따뜻한 내 시선이 필요하지, 카메라 렌즈 따위는 신경쓸 하등의 가치도 없는 하찮은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는 녀석의 시선은 이렇게 애절합니다.

말없는 눈빛으로 나를 재촉하는 다래.

녀석은 지금 빨리 걷고 싶습니다. 더 많은 영역을 확보하고 싶은데...

아빠는 저만치서 이상한 도구로 자신을 향해 뭔가 누르고 있는 게 잔뜩 불만입니다.

그 때문에 산책의 흐름은 곧잘 끊겨서 더디게 이어져갑니다.

 





 




조금 다가가 제대로 된 독사진 한 장 찍으려면 그대로 외면해 버리는 다래.

서글픈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순간을 제대로 담아야 하는데, 그게 만만찮습니다.

렌즈의 포커싱이 워낙 느린데다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핀이 나가버렸고, 가끔 코사인 오차 때문에 흐린 사진이 나오고 맙니다.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다래가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은근히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습니다.













빛이 너무 강해서 플레어가 생기긴 했지만, 따뜻한 색감이 은근히 마음에 듭니다.










정말 오랜만에 나와 눈빛을 마주쳤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녀석이 왠일로 렌즈에 시선을 맞췄습니다.

녀석의 등 뒤로 따뜻한 색감의 빛이 마구 쏟아지는 아름다운 작은 뜨락 같은 곳에서 그렇게 녀석이 시선을 허락했습니다.
이런 따스함을 담고 싶었는데,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진입니다.
인화해서 벽에 걸어놔도 될 지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다래의 '영역표시'하는 행동은 조금 유발난데가 있습니다.

마치 물구나무를 서듯 뒷발을 들고 영역을 표시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빵~'하고 터지고 맙니다.

몇 년동안이나 녀석을 키운 내가 봐도 우스운데, 저런 모습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물구나무 묘기를 보는 듯 즐거워 하십니다.

세상에는 희안한 사람들이 많듯이 희안한 개들도 많은가 봅니다.



 



힘있는 뒷발질이 역광을 받아 더욱 강렬해보입니다.
다래는 지금 즐겁습니다. 저런 뒷발질은 즐거움의 한 표현이라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욱하게 먼지가 날리도록 뒷발질을 하고 난 뒤 녀석은 귀를 나풀거리며 쪼르르 앞으로 뛰어갑니다.
그러다 내가 오지 않자, 저런 식으로 꼭 뒤돌아 봅니다.

녀석의 증명사진을 찍는 순간은 바로 이 때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녀석은 항상 이렇게 눈빛으로 채근합니다.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빨리 오라'고 재촉합니다.





 


















이 산책코스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삼포해안길입니다.

해안을 따라서 해운대의 미포와 청사포, 송정의 구덕포까지 잇는 길이 4.8km의 작은 오솔길입니다.

원래는 미포와 청사포만 잇는 코스였는데, 얼마전에 군부대로부터 할양받은 청사포-구덕포길을 재정비한 다음

일반인에게 개방했는데, 40년만에 개방되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곤 했었습니다.

 

다래가 지금 8살이니, 녀석이 우리 집으로 입양오기 전부터 이 길을 산책하곤 했었습니다.

녀석에겐 이 길이 '녀석의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미있는 길이기고 지금도 자주 이 길을 걷곤 합니다.

익숙한 이 길을 걷는 녀석의 발걸음이 유독 가벼운 것을 보면, 녀석도 나와 하는 이 산책시간이 즐거운가 봅니다.

 

  추신>

다래와 산책할 때는 반드시 목줄을 해서 다니는데, 이날은 다래의 사진을 찍는다고 풀어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