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푸른 절정의 아름다움, KKH



 

KKH...


 

카라코람 고속도로(Karakoram Highway, KKH)는 국가간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이다.
이 도로는 카라코람 산악 지역을 통과하여 공식 고도가 해발 4,693미터에 이르는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를 가로질러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한다.
쿤자랍 고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이다. 옛날 실크로드로 불린 지역을 지나는 이 도로는 중국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의 카슈가르에서 시작하여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까지 1,200Km를 연결한다. 이 도로의 연장선은 하산 압둘Hassan Abdal에서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연결되는 고속도로Grand Trunk Road와 만난다.

- 위키백과사전에서 발췌



감히 세상 끝자락의 어디 쯤엔가 붙어있을 풍경으로만 상상했는데 너무 잘 닦여진 아스팔트 도로를 보고 있자니 왠지 허탈했다.
툴툴거리는 비포장도로의 요동도 없고 차들이 스쳐갈 때마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먼지를 마실 일도 없으니 이번 여행은 럭셔리한 여행 축에 속하기는 하지만,안락함과 편리함에 길들여져 자칫 무디어질 지도 모를 낮은 주파수의 감정과 시니컬해질 좁은 시각이 염려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포장도로로 인해 예전보다 접근성이 좋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곳은 세상의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거친 햇살과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키르키즈인이나 타지크인들은 여름이면 가축들을 이끌고 파미르 고원의 푸른 벌판을 정처없이 떠돌며 노마드(유목민) 생활을 고수했고,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은 편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말랑말랑한 시선으로 낯선 이방인을 맞이했다.
만년설에 뒤덮힌 곤륜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의 7000m급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고, 듬성듬성 드러나는 넓은 파미르 고원에는 약속이나 한 듯 유르트들이 시간을 빗겨가고 있었다.비록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이번 중국쪽 KKH 여행은 절반의 성공밖에 거둘 수 없었지만 앞으로 지속될 내 여행의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들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KKH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찰라에 불과한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그 찬란한 풍경 속의 일부였다는 사실만큼은 진득하게 가슴 속에 남았다.
나는 내내 감동했고, 쉼없이 사진을 찍었으며 말도 안되는 언어로 거침없는 찬사를 남발했다.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이 끊임없이 입가를 맴돌았고 때론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주저하긴 했지만, 가슴이 시리도록 허허로운 풍경과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로움 때문에 가슴 밑바닥에서 뭔가가 한없이 끓어오름을 느꼈다.







 






 

 

 길 위에서 또 길을 그리워 한다.
 바람처럼 살고 싶다 했지만, 만만치 않는 현실의 늪이 발목에 족쇄를 채운다.
그대 곁에 있어달라는 실낱같은  소망을 결코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니, 용기가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카라쿨 호수




























카라쿨 호수 근처의 어느 유르트(천막집) 마을.
이곳의 유르트들은 시멘트로 만들어져 그 황량함을 더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가 거닐고 있는 그 마을을 망원렌즈로 담아보았다.


























































 

데칼코마니

 

처음엔 카라쿨 호수의 반영을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바람이 불어 잔물결이 생기는 바람에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서야 했다. 
카라쿨 호수를 막 벗어나자 작은 호수가 보였다.
작은 호수를 보는 순간 '헉'하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차부터 세웠다.
한 마디로 데칼코마니 그 자체였다.





















  

 














풍경이 되어버린 남자..

그가 있어 굼타흐(위에 보이는 곳의 지명, 일명 백사산이라고도 함)는 더욱 아름다웠는 지도 모르겠다.
백사산白沙山은 우리말로 흰모래 언덕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평원의 모래가 바람에 흩날려 산을 덮었다고 한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실크로드의 옛길를 따라 싸돌아 다녔더니 이제는 제법 여행자의 티가 났다.
염소수염처럼 드문드문 수염이 나간했지만 어느새 턱과 코밑은 까츨해진 수염으로 덮혀 있었고 그렇찮아도 까무잡잡한 피부는 강한 자외선 탓에  각질까지 벗겨져 현지인 화를 촉발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여행자답게 만든 건, '익숙함'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새록새록 재충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몸이 서서히 여행에 단련되고 있었다.
이제는  제대로 여행을 즐길 일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