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5가지 방법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동호회 후배가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갈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갈 것인지,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나를 찾은 것인데, 사실 이럴 때가 가장 당황스럽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후배의 여행 플래너가 된 나는 그의 여행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조목조목 캐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나만큼 사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에게 사진이라는 매개체는 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였다.

어떤 쟝르에도 구애받지 않는 아마츄어 사진가에게는 새롭고 독특한 외국의 풍광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짜릿한 흥분을 불러일으킬테니 말이다.

 

  "그럼, 인도로 배낭여행 한 번 다녀와라. 인도만큼 자신을 돌아보게끔 계기를 제공하는 곳도 드물테니... 몇 개월동안 떠돌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다. 지금까지 사회생활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로운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을 것 아니냐? 책도 좀 읽고, 사색도 즐기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혼자 여행하는 것도 꽤 호젓할 테니 말이야."

 

생애 첫 해외여행을 대뜸 인도로 가라고 권하는 내게 후배는 자신이 없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인도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뉴스나 여행 카페 등을 통해 들었다며 좀더 안전한 나라로 가길 원했다. 

세상 어디를 가든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는가.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여행자거나 또는 현지인들)은  여행하기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한국을 으뜸으로 꼽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어떤 위험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선입견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거기다, 오랫동안 사용않은 저질 영어가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영어를 잘 하고 못하고는 여행의 절대적인 기준점이 될 수 없다. 물론 영어를 못하는 것보다야 잘 하는 게 낫겠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여행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란 충고도 잊지 않았다. 왜 영어로만 세상이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세상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손짓, 발짓을 동원해서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게 내 충고의 요지였다.

 

그런 작은 수고로움 덕분이었을까. 후배는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인도와 네팔을 열심히 떠돌고 있는 중이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후배에게 몇 가지 조언을 부가해서 알려주었다. 이른바 '즐겁고 재미있게 여행하는 비법'을 그렇게 공개(?)했다.

 

 

 


 

 

 

 

1. 늘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즐겨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운다. 여권과 비자를 준비하고 항공권을 에약하며 준비물을 점검하고 여행동선을 짜며 거기에 맞는 숙소를 정하고 이동수단을 고려하여 대략적인 여행예산을 수립한다. 이런 준비과정은 실제 여행보다 훨씬 정말 짜릿하고 흥분되며 설레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는데 바로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여행준비를 마치고 여행을 갔더라도 현지의 상황은 단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그것과는 판이한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금새 그 이질감에 적응이 되겠지만 여행 초보자들에겐 '차이'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면서 나중에는 혐오증으로 급변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들은 일본이나 유럽 등 여행 기반여건이 비교적 발달된 지역보다는 인도나 네팔, 이집트 등 사회의 기반시설이 다소 열악한 지역을 여행할 때 많이 발생한다.  네팔 여행 중에 만난 한 장기여행자가 그랬고, 인도 여행 중에 만난 단체 여자 여행자들이 그랬다.

 

따라다니면서 구걸하는 걸인들, 입만 벌리면 사기치는 택시기사와 릭샤꾼들, 기차역 앞에서 농간을 부리는 장사치들, 심한 매연, 차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차량들, 그리고 도로를 가득 매운 클랙션 소리들, 번뜩이며 쳐다보는 눈길도 부담스럽고 후텁지근한 날씨마저 마음에 들지 않던 그들은 한결같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었다. 끝내 서로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행 내내 불쾌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다니던 그들을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삐뚤어진 편견과 고정되어버린 그들의 선입관이 못내 아쉬웠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 맞춰놓고 여행하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한 인지상정이겠지만, 철저하게 자신의 틀 안에 모든 것을 가둬놓고 짜맞추듯 여행을 풀어나갔으니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근접할 수 없이 쌓인 불신들로 인해 네팔과 인도에 대해 극단적인 분노로 표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이나 인도가 가진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타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외골수적인 편집증이 못내 아쉬웠다.


'못사는 후진국인 주제에...'라며, 말끝마다 비꼬듯이 내뱉는 저급한 문화적 우월주의 성향의 발언도 귀에 상당히 거슬렸다. 견고하게 굳어져버린 그들의 선입견을 몇 마디 독설로 힐난해 버리면 결국 끝도 없을 소모적인 논쟁에 휩쓸릴 것 같아 말을 아꼈지만 명치 끝에서부터 치고 오르는 삭히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그저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켜야 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은 '오픈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행 목적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역사, 종교, 풍습, 관습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떠나길 충고하고 싶다. 뭘 보고, 어디서 자며, 어떻게 이동하느냐에 대해서는 너무나 바싹하게 준비하고 계획해 오면서도 정작 현지인들의 문화나 습성, 관습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일반 여행자들이다.  제대로 준비없이 무턱대고 여행을 떠나온 그들처럼 편견의 테두리 속에서는 결국 그보다 더 큰 편견의 혹을 달고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코끼리 다리의 한 부분만 만져보고 그것을 전체인 양 오도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배타성을 극복하라. 그러면 여행이 즐거워진다.

 

 

 

 

 

 

 

 


 

 

 

2. 자신만의 테마를 찾아라.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왜?' 그 지역을 가려고 하는지, 가서 뭘 하고 뭘 보려고 하는지 꼼꼼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주제가 없고, 테마가 없는 여행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와 같아서 돌아오면 남는 건 후회밖에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제나 테마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가졌던 작은 관심사들을 더 지속적이고 재미있게 살펴보는데 그 의의를 두면 될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며칠 전에 포스팅한 여행사진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한국의 한 여행자는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유적지 앞에서 옆차기하는 장면만을 빠뜨리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오기도 했으며, 또 어떤 여행자는 독일을 여행하면서 각 도시의 유명한 맥주라는 맥주는 다 마셔보고 종이로 만들어진 그 맥주집만의 받침대를 주인의 허락을 받아 일일히 챙겨와서는 테마의 기념품으로 삼기도 했다. 로마에서 만난 여대생은 10여일 넘게 로마에서 머물며 작은 화랑만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는가 하면, 인도에서 만난 한 남자는 일일히 인도의 풍경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담아오기도 했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테마여행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여행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자신의 테마에 대해서 고민해보시길...

요즘같이 디지털 카메라가 여행의 필수품인 시대에는 '사진'을 통한 테마도 많이 고려해볼 수 있다. 특정 아이템만 집중적으로 골라서 카메라에 담아오면 나중에 멋진 추억이 될 수 있다. 만약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면 '예쁜 우체통', '지하철 로고', '간판 모음들', '각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고양이나 개', '역 풍경', '다양한 음식', 등 다양한 소재로 사진을 찍어서 그것들을 멋지게 분류해서 블로그 등에 포스팅하는 것도 참 재밌을 것이다.

 

 

 

 

 

 

 

 




 

3. 배낭여행은 무전여행이 아니다.

 

 

흔히들 '배낭여행=무전여행'이라는 등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무래도 배낭여행을 떠나는 층들이 대학생들이 많다 보니 그런 공식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배낭여행을 자유여행으로 분류하고 싶다. 배낭 하나 둘러매고 떠나는 세계여행, 생각만 해도 얼마나 자유롭고 진취적인 느낌이 드는가. 배낭 하나만 있다면, 특별히 목따고 총쏘아대는 위험지역을 빼고는 세상엔 못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이 요즘은 대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코스라는 애기를 들었다. 주계층이 대학생들이다 보니, 각 여행카페나 사이트에는 돈을 가장 적게 쓰고도 효율적(?)으로 여행한 사람이 마치 영웅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 돈 적게 쓰고도 볼 것 다 보고 먹을 것 다 먹고 효율적으로 여행했다면 정말 대단한 여행기질을 가졌다고 칭찬해주겠지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먹을 것 제대로 못먹고, 볼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자거나 이동할 때도 가장 힘들고 불편한 방법을 사용한 흔적이 구석구석에 역력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형식과 내용 중에 어느 게 중요하냐고 반문하면 당연히 '내용'이라고 말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형식도 중요한 요소에 포함된다.

 

 

빡빡한 30일이라는 여정 속에 유럽 7~8개의 나라를 주파해야 한다는 과도한 욕심으로 잠은 2-3일에 한 번꼴로 기차의 컴파트먼트를 이용해서 자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침과 저녁식사까지 한식으로 챙겨주는 한인(또는 조선족)민박집에서 묵다보니 점심은 간단하게 바게트빵이나 햄버거 등으로 떼우는 그런 여행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여행동선까지도 가이드북에 씌여진 그대로 움직이니 어딜 봐도 이건 자신만의 여행이 아니다.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써야 할 때는 써야 한다. 써야 할 때는 써라고 해서, 그렇게 피땀 흘려 힘들게 아낀 돈으로  명품백을 사라는 애기는 절대 아니다. 요즘은 피렌체 인근에 있는 명품가게가 순례코스로 부상하고 있다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여행에 투자되어야 될 돈이 그렇게 유용되는 것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같은 공연예술도 관람하고, 길거리 음식이 아닌 제대로 만든 전통음식들도 먹어보고, 느긋하게 까페에 앉아서 맛있는 커피도 한 잔 하는 등 여유로운 여행, 생각하는 여행, 자신만의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그것들로 인해 금액이 약간 오버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마시는 4~5천원짜리 커피보다는 훨씬 싸게 먹힐 뿐 아니라 비록 할인된 가격이라고는 그래도 여전히 비싼 명품백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4. 현지인들 또는 외국여행자와 친구가 되라.

 

 

여행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외국인 여행자들과의 만남, 한국인 여행자들과의 만남... 정말 숱한 만남들이 여행 중에 일어난다. 어차피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니만큼 만나고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특히 현지인들과의 만남은 여행의 기대치를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내가 힘든 배낭여행을 고집하는 이유'에서도 말했듯이 그런 만남들에는 여행의 재미를 부추기는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초대받아 간 그 자리에서 식사같은 융숭한 대접라도 받으면 여행의 재미를 넘어 그야말로 감동의 후폭풍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들고 있는 카메라와 즉석프린터가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하므로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챙겨가도록 하자.

 

또 하나, 서양인 여행자와 동행이 되거나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은 유럽이나 인도 등지에서는 외국인 여행자와 접촉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한국인들(나 포함)이 영어에 능숙하지 않다보니 특히 서양인 여행자들의 접근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편이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서양인들과 동행을 하느니 차라리 말이 제대로 통하는 한국인 여행자와 동행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끔은 서양인(또는 외국인) 여행자와 동행을 하거나 대화를 나눠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나 여행법은 우리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그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또 은근히 재미있다.

 

만약 기회가 되어 여행 중에 만난 서양인 친구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재회의 기쁨 뿐만 아니라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당연히 이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행에서의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임에 틀림없다.

 

 

 

 

 

 

 


 

5. 여행기록을 남겨라

 

 

어떻게 보면 기록만큼 중요한 것이 어딨을까 싶다.

특히 나처럼 블로그를 통해 여행기와 여행사진을 포스팅하는 사람이라면 기록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기록을 위한 몇 가지 장비를 챙긴다. 그 첫번째 장비는 당연히 카메라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사람들을 찍는데 쓰일 뿐 아니라 여행의 일상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내가 여행때마다 사용하는 도구들을 한 번 살펴보자.

 

 

■ 미니노트북 : 하루의 정리는 일과시간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한다.
■ 보이스레코더 : 이동 중, 차 안에서의 기록 등은 보이스 레코드를 최대한 활용한다.
■ GPS : 이동 경로를 일일히 GPS로 기록해서, 사진과 연동시켜 남겨놓는다.
■ 사진 : 아름다운 풍광 뿐 아니라, 일상적인 스냅샷까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다.


 

 

물론 아무리 좋은 도구가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활용하는 내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단지 무거운 짐에 불과하다. 기록은 어디까지 자신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기록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기록은 반드시 일과가 끝나면 반드시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기록은 만난 사람의 이름, 가계부 뿐만 아니라, 다녀온 가게의 상호명, 메뉴와 가격, 본 느낌 등을 빠짐없이 작성했다.  아마도 각각의 기록은 나중에 아름다운 개인의 역사가 될 것임을 믿고  블로그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며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으로 언제나 나를 미소짓게 하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기록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