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길 위에서 바라본 몽골의 낯선 풍경들





 




어느 냇가 주변의 투어리스트 게르에서 묵었다.

다음 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피어오르던 예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답게 퍼져가던 그 기분좋은 느낌 때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였다.
몽골의 아침은 늘 우리를 감동시켰다.

차가운 개울가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서 오랫만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칼날같이 차가운 물이 머릿카락과 피부에 닿을 때마다 쭈삣한 송곳이 찌르는 통증을 느끼긴 했어도
번들거리고 푸석해진 얼굴과 머리카락의 기름끼를 제거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했다.
물이 이처럼 고맙게 느껴진 게 얼마만이던가.

 

 




 

 

 



 

서둘러 아침을 먹은 우리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어느 개울 쪽에 푸르공을 세웠다.
스위스를 연상시킬만큼  예쁜 풍경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야트마한 개울 근처로 숲과 풀이 있었고 그 풀들을 뜯고 있는 한적한 야크떼들이 있었다.
늘 척박하고 황량하다고 생각했던 몽골의 이미지와는 전혀다른 풍경이었다.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야크들.

저 멀리 가끔식 펼쳐져 있는 오두막과
여전히 초록색을 띄며 남아있는 초원의 부드러운 풀들...
개울을 따라 흐르는 물과 그 청량한 물소리가 싱그럽게 들려왔다.
그 주변의 작게 형성된 숲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단지 두툼하게 구름이 깔린 하늘 때문에 빛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꾸불꾸불한 개울 주변을 따라 기름진 벌판들이 형성되어 있다.

9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몽골의 초원은 어느새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색이 바랜 몽골초원은 허虛했지만, 그나마 물이 흐르는 양지녁의 개울 주변은 저렇게 초록빛 많이 남아 있었다.

누런 초원의 색감에 실망했던 우리로서는 초록빛이 신선한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울 주변에 돋아난 녹색 이파리들을 뜯기 위해 야크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사실.

싱싱함을 쫓아다니는 건 비단 인간만이 아니었다.
지독하게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기름진 풀들을 넉넉히 뜯고 있는 야크들이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고즈넉했다.

 

 

 

 

 

 

 

 


개울이 나타나자 지나가던 트럭이 멈춰서 있었다.
물을 뜨러 가는 조수들과 차를 손질하는 운전사를 보니 어딘가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오래된 트럭 뒤에 실린 화물의 무게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느긋해진 잉케가 달려가 도움을 주고 있었고 사진을 찍기위해 우리는 다시 숲 속으로 달려갔다.

 

 




 

 

 

 


자그마한 숲 속엔 말들이 옹기종기 모여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나자 멀찌감치 떨어진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우리가 다가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왔다.

그 작은 대치시간의 긴장감이 가슴 속에서 울렁거리며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녀석들도 꽤나 갈증이 났던 모양이었다.
우리를 피해 개울가로 달아나던 녀석들이 목이 말랐는지 들컥이며 물을 마셔댔다.
물은 이렇게 갈증을 말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줬고 우리에게도 새로운 생명을 느끼게 해줬다.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물의 '존재감'.
모든 것을 비로소 있게 만든 처연한 생명력에 감동했다.

 

 

 

 

 

 

 

 


묶여있는 양들에게로 다가갔다.
사진을 찍으러 하자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한 녀석이 있었다.
괜히 난간을 턱턱 들이박으며 피곤한 심사를 그렇게 달래던 불쌍한 녀석...

묶인 양 너머로 허허로운 길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 위로 펼쳐져 있는 무심한 하늘과 구름이 슬픈 녀석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를 향해 외쳐대던 녀석의 슬픈 눈빛이 내내 클로즈업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그 길을 따라 목동이 말무리를 끌며 오고 있었다.

뽀얀 먼지를 날리며 굳센 대지를 짓밝은 채 강인한 날기를 날리며 돌진해오는 말무리들...
무리는 각기 두 마리, 혹은 세마리씩 묶여져 있어서 흩어지는 것을 제어하도록 해놨다.

목동은 뒤에 쳐지는 무리가 없도록 뒤를 오가며 말들을 통제했고 화들짝 놀란 말들은 부자연스럽게 앞만 보고 내달렸다.

 

 

 

 

 

 

 






 


 

또다른 숲이 나타나자  점심을 먹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사 온 컵라면을 끓였고 아침에 남은 식은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단지 날씨가 조금 쌀쌀해서 그렇지 가까운 곳에 소풍이라도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입가심으로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하시고 주변을 산책하니 더없이 맑은 몽골의 가을 공기가 호흡했다.

원래 몽골여행에서는 차량을 대여하게 되면 코펠과 버너가 함께 제공된다.
대신 요리를 해먹기 위해서는 물과 쌀 그리고 부식등은 개인이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울란바타르의 M마켓에서 한국식자재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산 라면 뿐만 아니라 컵라면도 구입이 가능한데 한국보다는 조금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우리는 쌀과 라면 조금 만약을 대비해서 비상용으로 컵라면을 제법 샀었고 식당이 없는 곳에서는 이렇게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떼웠다.

 




 

 

 






 

 

 


몽골 제 2의 도시, 에르데넷(Erdenet)의 전경.
우리 운전사 잉케의 여동생이 이곳에 산다고 했다.
잉케는 가져간 핸드폰을 이용해서 그의 여동생에게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초원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이었지만 제법 큰 마을을 지날 때는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잉케는 늘 연락을 취하곤 했었다.
제 2의 도시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도시 주변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몽골특유의 사각형 집들이 빽빽히 들어찬 에르데넷의 궁핍한 주변 풍경이 왠지 을씨년스럽다.




 

 

 

 

 











 

 


잉케가 여동생을 만나러 간 사이 우리는 슈퍼에 들러 일용할 양식을 구매했다.
과일을 먹지 못한 탓에 제법 큰 슈퍼에서 외국에서 수입해 들어온 갖가지 과일과 물 등을 보충했다.
에르데넷은 제 2의 도시답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왠지 몽골스럽지 않은 도회의 느낌 때문에 어색하긴 했어도 문명속으로 되돌아왔다는 잠시 안도감이 들었다.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들도 보였고슈퍼가 있던 건물의 입구 쪽에는 마스크를 하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다.
일종의 공중전화라고 들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전화기를 든 사람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 고유의 문화는 어느 도시를 가나 비슷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매연을 뿜으며 지나가는 중고차의 대부분은 낡고 오래되어 폐기직전의 한국차들이었다.
하지만, 반짝반짝 윤기가 나고 부富티를 뽐내는 대부분 차들은 일제차들이었다.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초원 곳곳을 빈틈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자 기온이 급강하했고 빗줄기는 끊임없이 푸르공의 유리창을 강타했다.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푸르공의 와이퍼는 앞 유리창을 제대로 닦아내지도 못했다.
우울한 회색톤들의 빛깔이 이내 초원을 지배하고 있었다.
작은 돌산이 그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비가 내린 길 위엔 어느새 얕은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길들이 또 이어졌다.
그 초원의 낯선 길 위로 그렇게 바람이 일었고 비가 흩뿌렸다.


사선으로 긋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차 안의 우리는 감상에 젖었는지 말을 잃은 채 창밖만 바라봤다.
조금 전에 샀던 청포도를 꺼내서 선생님들과 잉케에게 나눠줬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